[짚어봅시다] "적자땐 쳐다도 안보더니"… `횡재세` 논란에 황당한 기업들
외국계 주주 '배임'문제 나올수도
적자내다 겨우 손익 넘긴 정유사
"유가 하락때 보전해줄거냐"불만
정치권에서 1년 여 만에 또 '횡재세' 논란이 등장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 이윤세를 뜻한다.
야당이 '횡재세' 대상으로 지목한 금융권과 정유업계는 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권은 외국계 주주들의 '배임' 문제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고, 정유업계는 원유를 직접 생산해서 수익을 거두는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고유가로 민생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서민들이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은행권 기여금 조성방안을 마련하고 이른바 횡재세 등 보완 입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민생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으로 '횡재세'를 언급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은행권의 기여금 조성 또는 횡재세 도입으로 만들어지는 세원으로 고금리 고통받는 국민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횡재세의 근거로 "이미 영국·루마니아·그리스·이탈리아 같은 많은 나라가 에너지산업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했다"며 "미국도 석유회사에 초과 이익에 대해 소비세 형태의 과세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권은 오는 16일 금융당국 수장들과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이 만나 금융업권의 추가 상생금융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서는 5대 금융지주가 이자이익 일부를 기부·출연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상생금융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저금리 대출 전환이나 탕감, 전세 사기 피해자 금융지원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이 '관치금융'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금융권에 떠넘긴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도 주주가 있는데, 주주를 설득하지 못하는 상생행보는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의 외국인 지분율은 모두 50% 이상이고, 그나마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우리금융지주도 30%가 넘는다.
정유사들은 작년에 이어 또 다시 불거진 횡재세 논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분기에 적자를 기록했고, 에쓰오일 역시 전 분기에는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3분기에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상승이 이뤄지면서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 뿐인데, 곧바로 정치권에서 횡재세 언급이 나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영국 석유기업 셸 등은 국가 영토 내에 있는 공공재인 원유를 시추·개발해 수익을 거두는 구조라 횡재세 환수가 어느정도 근거가 있지만, 국내 기업의 수익구조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중간가공으로 나오는 수익이라 '횡재'로 간주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
여기에 정유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30% 안팎을 차지하는 것이 '재고평가이익'인데, 이는 저렴한 가격에 들여온 원유의 가치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을 뜻한다. 이 재고평가이익은 실제로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보유한 원유의 가치를 환산한 것인데, 최근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았던 원윳값이 70달러대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제마진 역시 원유를 가공해서 얻는 수익인데, 이는 엄연히 시장가격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에 '횡재'라는 말이 성립될 수가 없다. 최근 경기침체로 나프타 등 산업용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상승했다고 횡재세를 부과하는 논리라면,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적자 보전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박한나·안소연·이미선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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