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23년 클럽·주점 마약사범 역대 최대… 경기남부·대구·부산 폭증

조희연 2023. 11. 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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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회 제출 자료 보니
9월까지 532명 검거… 2022년 전체 1.2배
전국적으로 증가세 속 서울은 ‘제자리’
경찰 “텔레그램 등 SNS범죄 집중 영향”
지역별로 사범 검거 인원 추이 상이엔
“집중 단속·공급책 적발 등 영향” 분석
유흥주점 등 단속 현황 자료관리 부실
“암수율 20배… 범죄 대응 수사관 육성을”

윤석열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올해 클럽·유흥주점 마약사범 검거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남부와 대구,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폭증한 영향이다. 반면 서울에서는 검거 인원이 매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배우 이선균 등이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마약을 투약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서울 내 클럽·유흥주점에 대한 마약 범죄의 암수율(신고되거나 검거되지 않은 비율)을 고려해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에 제출한 ‘클럽·유흥주점 마약사범’ 자료에 따르면 올 9월까지 클럽·유흥주점에서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총 532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은 2023년 9월까지 클럽·유흥주점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이 532명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담당 경찰관이 필로폰 74kg을 국내에 밀반입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며 증거물을 정리해 놓은 모습. 연합뉴스
클럽·유흥주점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9∼2021년까지는 각각 182명, 193명, 161명 수준을 보였는데, 2022년 454명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 전체 검거 인원의 1.2배로,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경찰청은 2019년부터 클럽·유흥주점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을 수기로 통계·관리하고 있다.

클럽·유흥주점 마약류 사범의 증가세는 전체 마약류 사범 추이와 비교해 봐도 가파르다. 마약류 사범은 2019년 1만411명에서 2023년 9월 현재 1만3933명으로 약 5년간 1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클럽·유흥주점 마약류 사범은 292% 급증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경기남부와 대구, 부산에서 두드러졌다. 올 9월까지 경기남부경찰청이 클럽·유흥주점에서 검거한 마약사범은 119명이다. 2019년 19명에서 2022년 128명으로 늘어난 뒤 지난 9월까지도 120명 가까이 적발됐다. 대구청의 경우 2019년 3명에서 2022년 46명, 2023년 9월 104명으로 증가했다. 부산청도 2019년 8명, 2022년 69명, 2023년 9월 100명으로 폭증했다.

전국적인 클럽·유흥주점 마약류 사범 증가세와 대조적으로 서울에서는 지난 5년간 검거 인원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청이 검거한 클럽·유흥주점 마약류 사범은 2019년 82명, 2020년 90명, 2021년 71명, 2022년 86명으로 매년 약 80명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9월까지는 48명이 검거됐다. 이에 따라 전체 클럽·유흥주점에서 검거된 마약사범 중 서울청이 검거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까지 44%로 절반 수준이었다가 올 9월 9%까지 내려갔다.

서울에서 마약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관 사이에서는 “클럽·유흥주점에서 이뤄지는 마약 범죄보다는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범죄에 집중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의 한 일선서 경찰관은 “경찰서별로 (마약 수사의) 특성이 서로 다른데, 요즘에는 텔레그램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을 많이 잡는다”고 전했다. 다른 마약 수사 경찰관은 “클럽·유흥주점에서 유독 마약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집이나 모텔·호텔에서도 마약을 투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검거 인원 추이가 상이한 데 대해 경찰청은 “여러 원인이 있어서 해석이 어렵다”면서도 “경기남부·대구·부산은 클럽 및 유흥주점 주변 마약류 유통·투약사범을 집중 단속하는 과정에서 한 번에 20∼30명을 검거해 검거 인원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약범죄 특성상 공급책을 검거할 경우 투약자를 줄줄이 적발할 수 있어 검거인원이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마약이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관련 통계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 클럽·유흥주점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늘어났는데 검거를 못 하는 건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 클럽·유흥주점에서 마약사건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검거 인원은 다른 지역에서만 늘어났다는 건 ‘사건 처리의 총량’이 있어서 검거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마약 첩보가 들어와도 상선을 찾아내지 못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마약은 검거도 중요하지만,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위험도를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경찰청장이 취임하면서 ‘국민체감 약속 2호’로 마약범죄 척결을 선포한 후 클럽 마약류 사범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역별 클럽·유흥주점 단속이 연간 몇 회씩, 몇 곳에 이뤄졌는지 묻자 “자료를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만 답했다.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20여년간 경찰에서 마약 수사 등을 맡았던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마약범죄는 암수율이 20배는 된다”며 “마약범죄 대응을 전문적으로 교육한 전문수사관을 육성하는 한편 검거된 중독자를 재활·교육하는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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