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칼럼]많은 시간들 속에 우리

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행정파트 2023. 11. 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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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네모난 병실 안에 다양한 아픔을 가진 환자들이 줄지어 누워 있다.

자신의 안위와 상태를 걱정하며 자신을 온전히 걱정하고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은 아닐까.

필자는 업무에 쫓겨 처방을 수행하고 뒤 돌아 나오기 급급했던 근무 시절을 되새기며, 환자들에게는 얼마나 매몰차고도 아쉬운 순간이었을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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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행정파트.

작고 네모난 병실 안에 다양한 아픔을 가진 환자들이 줄지어 누워 있다. 누구 하나 사연 없는 이가 없고, 어떤 이의 아픔도 가볍지 않다. 작은 침대 하나에 몸을 의지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싸우는 그들과 만나기 위해 의료진들을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간호사가 약을 투약하는 시간은 유일한 말벗이 생기는 즐거운 시간, 의사가 상처 소독을 해 주는 시간은 아프다고 아이처럼 떼를 써도 눈총 받지 않는 시간, 주치의가 회진하는 시간은 나의 하루를 풀어낼 수 있는 시간.'

병원 안에서 만남을 통해 환자들은 다른 시간을 경험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도 의료진을 노심초사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안위와 상태를 걱정하며 자신을 온전히 걱정하고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당연하게 업무라고 여기며 지내왔던 일상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 돼 흘러가기도 한다. 필자는 업무에 쫓겨 처방을 수행하고 뒤 돌아 나오기 급급했던 근무 시절을 되새기며, 환자들에게는 얼마나 매몰차고도 아쉬운 순간이었을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

혈압을 재는 잠깐의 순간에도 말을 건네는 환자분들에게 "수치의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잠시만 말씀하지 마세요." 해놓고는 혈압계를 풀고 수치만을 이야기하고 괜찮다며 돌아 나오는 나의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아쉬움을 흘려보냈을지 지금에서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1분이라도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지 들어볼걸, 한번 더 물어봐 줄걸.

우리는 많은 순간을 시간이 없어서, 바쁘다는 이유로 흘려보낸다. 그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잠깐 눈을 맞추고 환자에게 그리고 보호자에게 말을 건네며 안위를 확인했을 때 환자와 보호자는 안심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사람의 힘이 그런 것이다. 작은 말 한마디, 한 번의 눈 맞춤이 환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더 큰 용기를 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살아갈 의지를 북돋는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인공 기도를 삽관한 채로 타 병원에서 이송 온 50대 환자분이 있었다. 맑은 정신은 아니었으나 본인의 이름 정도에는 끄덕일 정도의 의식 상태였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숨을 쉬려고 하니 매번 인공호흡기와 마찰이 생겼고, 기계와 숨 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폐가 좋지 않아 인공호흡기 치료가 불가피했던 상황이었고 환자분에게 바람을 불어넣어 줄 때 숨을 들이마셔야 한다며 옆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손을 붙잡고 힘을 줄 때마다 숨을 쉬라고 했었다. 힘이 들면 손바닥으로 침대를 치라고 했다. 며칠 동안의 치료가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제법 숨도 잘 쉬고 의사소통도 잘 되는 의식 상태까지 이르렀다. 드디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산소호흡기를 적용하게 됐고 병실 이실하는 날 필자는 "아주 좋아지셨어요. 병실 가셔서 좋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나를 보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선생님 덕분에 숨이 턱까지 차 올랐었는데. 이러다가 딱 죽겠다 싶었는데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전하셨다. 김유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행정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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