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MCU 입성에도 마동석과 비교 불가인 이유 [정지은의 무비이슈다]
한때 한국 영화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도 경사가 아닐 수 없었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호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여정을 그린 영화 '더 마블스'(감독 니아 다코스타)에 출연한 박서준의 이야기다.
◇ 박서준의 MCU 입성...그런데 '5분' 출연 실화인가요? =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브리 라슨)이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다른 히어로들과 몸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는 난감한 상황에서 새로운 빌런인 다르덴(자웨 애쉬튼)과 맞붙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박서준이 연기한 얀 왕자는 작품 속 알라드나 행성을 이끄는 인물로 캡틴 마블의 남편이다. 노래로 소통하는 알라드나 행성의 특성상 박서준은 노래로 등장하는 파격적인 신을 선사한다.
하지만 박서준을 예고편에 심고 전면적으로 마케팅의 소재로 세운 것에 비해 길어야 5분 정도의 분량으로 등장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팬들이 당혹스러웠던 것은 분량만이 아니었다. 마치 '무한도전'에 등장했던 24시간 노래로만 말하는 '타령 총각'을 연상시키게 하는 대화 장면, 그리고 브리 라슨과의 어색한 듀오 댄스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시퀀스에서 박서준의 연기마저 뚝딱이는 것처럼 보였다.
◇강한 임팩트, 하지만 다른 결...수현, 마동석과 비교될 수밖에 = 박서준 이전에 먼저 MCU에 입성한 수현, 마동석과 박서준을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다른 결의 임팩트에 있다. 수현과 마동석의 경우 작품 속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았다. 수현의 경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토니 스타크의 친구인 유전공학자 헬렌 조로 등장해 하이드라 토벌 작전 중 부상당한 호크아이를 치료했다. MCU 핵심 인물인 토니 스타크, 브루스 배너와는 이미 안면이 있는 인물이며 울트론의 습격에서 살아남아 다음 페이즈의 등장에 있어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더불어 마동석은 '이터널스'에서 멤버 중 하나이자 주요 등장인물인 길가메시로 나와 다른 이터널 멤버인 테나 역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와 애절한 연기를 선보였다. 한도 초과로 쌓인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미쳐가는 테나의 옆을 항상 지키며 그의 동료이자 친구로서 데비안츠들과 싸우고 끝내 테나를 위해 목숨을 잃었다. 평소 전작들에서 주먹을 쓰는 액션을 소화했던 그는 '이터널스'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살려 통쾌한 피지컬 액션을 선보였다.
두 배우 모두 MCU 세계관 속 비중을 비교했을 때 행성 전반의 이야기를 감수하더라도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진격 함성만 남기고 퇴장한 '더 마블스'의 박서준보다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박서준은 수현의 지적인 카리스마, 마동석의 시원한 펀치 한 방처럼 시그니처가 될 만한 흔적을 MCU에 남기지 못했다.
◇잘못된 '韓 마케팅'...득보다 실 많은 결과 = 앞서 니아 다코스타 감독은 '더 마블스'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이 어릴 때부터 K-컬처의 팬이었음을 전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접하고 여러 한국 배우들의 얼굴에도 익숙했던 그는 '더 마블스'의 얀 왕자 역에 박서준을 점 찍었다. 하지만 그가 팬이라는 말을 취소해야 할 정도로 박서준은 '더 마블스'로 인해 MCU 입성 이후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12일 오전 7시 기준 '더 마블스'의 메인 포털 사이트의 국내 평점은 네이버의 경우 6,94, 다음의 경우 무려 4.3을 기록했다.
이러한 폭탄 평점의 배경에는 '이태원 클라쓰', '쌈마이웨이' 등 박서준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명연기 대신 얀 왕자라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모습으로 어색한 연기를 선보인 점, 이로 인해 국내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는 점이 있었다. 관객들에게는 그저 '더 마블스'의 한국 흥행을 위해 인기 배우가 소비된 느낌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는 지난 6월부터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출연했던 HBO 시리즈 '더 아이돌'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제니의 분량은 전체적으로 비중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K-POP 팬들을 시청자층에 유입시키기 위해 제니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예고편과 클립들을 공개했다. 이러한 행보를 똑같이 걸은'더 마블스', 국내 팬들의 응원 대신 비난을 받는 결과물을 원치 않는다면 이제 잘못된 한국 팬 끌어모으기는 그만둬야 할 때다.
정지은 기자 jea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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