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무풍지대' 찾아라···韓, 보안·버티컬 등 틈새시장 노린다[초거대AI '제2 물결']
LG·통신사, 자체 모델 고도화로
개별산업 특화 '버티컬 시장' 공략
업스테이지·코난테크놀로지 등은
빅테크 취약점인 보안 강화 노려
초거대AI 모델 훈련효율 고도화
'데이터셋 제작' 스타트업도 주목
오픈AI가 대폭 확장된 비즈니스 라인업을 들고 나오면서 국내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챗봇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처럼 개발사와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할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향후 사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빅테크와의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정보 보호, 특화 모델, 데이터 등 영역에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들은 이번 오픈AI 발표로 재편될 시장 구도가 자사 사업 모델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발표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코딩 기술 없이도 GPT 모델의 신기능을 활용해 손쉽게 챗봇을 만들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생태계가 열린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오픈AI가 조만간 선보일 GPT스토어와 비슷하게 현재 LLM 기반 챗봇과 툴을 자체 스토어를 통해 유통하고 있다. 올거나이즈 역시 최근 시리즈B 투자로 받은 270억 원을 기업 전용 LLM 앱 마켓을 확대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전략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GPT 모델의 장애물로 작용했던 가격도 대폭 줄어들었다. 모델 기술력 자체로 빅테크와 경쟁하는 네이버와 같은 기업들에는 도전이다. 오픈AI가 모델 사용료를 인하하면서 ‘GPT-3.5 터보’ 모델의 경우 1만 6000토큰 콘텍스트 기준으로 네이버보다 최대 4배 가까이 저렴해졌다. 두 모델을 모두 사용하는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와 ‘GPT-3.5’ 모델이 실사용 관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오픈AI의 가격 정책 변화로 하이퍼클로바X가 점유율을 내주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빅테크의 취약점을 노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빅테크 언어모델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술이 놓치고 있는 허점을 파고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기술은 근본적으로 정보 보호 문제가 따라다닌다.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개별 기업들로서는 자사 기밀에 해당하는 주요 지식재산권(IP)이나 민감한 정보들을 빅테크에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업스테이지와 코난테크놀로지와 같은 AI 기업들은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날카롭고 가벼운 모델을 만들면서 이러한 모델을 활용해 보안성 높고 가성비 좋은 모델을 구축하는 비즈니스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또 개별 산업 영역에 특화된 버티컬 모델 분야도 빅테크가 선점하지 못한 영역이다. 오픈AI의 GPT, 구글의 ‘팜(PaLM)2’와 같은 LLM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범용 목적으로 훈련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영위해온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개별 산업 영역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는 자체 LLM ‘엑사원’ 개발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초기 단계부터 제약·화학·바이오·의료·금융·특허 등 전문 영역을 정해 일찍이 특화 모델 개발에 힘써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화학 분야를 예로 들면 엑사원에 다양한 화학 관련 논문을 학습시키고 화학식을 이해하는 엔진을 붙이는 등 연구자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탈통신 전략의 최첨병에 AI를 앞세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통신사 업무에 특화한 자체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향후 이를 활용해 통신사 업무 전반의 효율을 높이고 나아가 이를 글로벌 통신사에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쏘카와 카카오모빌리티도 모빌리티에 특화한 엔진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AI가 복잡한 코딩 과정 없이도 자연어만으로 직관성 있게 LLM 서비스를 만드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앞으로 AI 서비스를 만드는 게 더욱 쉬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모델을 고도화·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구축하는 단계의 중요성이 자연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AI 스타트업 셀렉트스타와 같이 모델의 훈련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이터셋을 제작하는 데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도 더욱 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중대한 발표를 할 때마다 전 세계 AI 기업들이 노심초사하며 혹여 사업 모델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지 않나 마음을 졸인다”면서 “이미 빅테크들이 기술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서비스 개발에서도 앞서 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틈새시장을 발굴하면서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전략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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