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집, 소품 하나도 '공간 가치' 따지죠"

글·사진=김경미 기자 2023. 11. 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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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전문가' 정희숙 공간미학 대표
11년간 5000여집 방문 정리 도와
부자들, 집안 물품 허투루 안 채워
소중히 가꾼 공간서 에너지 얻어
자신의 물건 모두 꺼내 선별하고
버리기 통해 공간이 주는 힘 경험을
[서울경제]

“요즘 무료 나눔 등이 유행하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그다지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공짜라고 받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공간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공짜가 아니라 오히려 비싼 값을 치른 셈이에요. 내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집값으로 따져봐도 한 평에 얼마인데. 쓸데없는 물건으로 채우기보다는 내게 유용한 공간으로 남기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죠.”

11년차 베테랑 정리 컨설턴트인 정희숙 공간미학 대표는 “잘 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공간의 가치를 아느냐로 나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5000여 집을 직접 방문해 정리를 도와준 경험을 토대로 최근 ‘잘 되는 집들의 비밀’이라는 책을 펴냈다. 28만 구독자를 둔 유튜브 채널 ‘정희숙의 똑똑한 정리’를 운영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기도 하다.

정 대표에 따르면 부자들은 자신들의 공간을 허투루 채우지 않는다. 집에 들일 소품 하나도 그냥 고르는 법이 없다. 정 대표는 “공간을 채우는 물건에는 기준이 있는데 좋은 에너지와 기운을 받는 것이라거나 아니면 자신의 마음에 꼭 들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것들”이라며 “집안뿐 아니라 현관까지 신경 쓴다는 것도 공통점인데 청결함은 기본에 예쁜 조형물 하나를 둬서 입구부터 상쾌한 기분을 받을 수 있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한 번은 유명 사업가의 집을 정리하며 금고가 세 개나 있어 물었더니 오히려 제게 ‘금고가 없느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금고에 넣을 만한 물건이 없다’고 했더니 ‘그게 아니다. 금고가 있어야 채워지는 것이지 금고도 없는데 무슨 돈이 모이냐’며 웃으셨죠. 관점이 다른 거죠.”

집이라는 공간 자체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정 대표는 “집을 선택할 때 시세 대비 저렴하거나 집값이 오를 가능성 등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자들은 이 집에 들어가서 일이 잘 풀릴 수 있을까를 먼저 따져본다”며 “최근 만난 고객도 성공한 연예인이 살던 집에 웃돈을 주고 들어간다며 ‘얼마나 기운이 좋겠냐’고 즐거워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만 자고 나오는 집,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밖에서 더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 좋은 에너지를 받으며 푹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집을 성의껏 가꾸는 사람들이 ‘잘 되는 집들의 주인’”이라고 부연했다.

집을 소중히 여기기에 정리의 중요함을 잘 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정 대표에 따르면 정리란 공간을 깨끗이 관리하고 좋은 물건을 잘 쓰고 오래 쓰기 위해 하는 일이다. 정 대표는 “정리란 내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 버릴 것과 남길 것, 쓸 것과 안 쓸 것을 구분한 후 버릴 것과 안 쓸 것은 처분하고 쓸 것과 남길 것은 제자리에 둬 더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버리기=정리’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은데 물론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일 수 있겠지만 그에 앞서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아는 일이 더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물건을 전부 다 꺼내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넘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죠. 사실 사람들이 평생 살면서 내가 가진 물건을 몽땅 꺼내보는 경험이 거의 없잖아요. 이런 과정이 정리의 핵심이기에, 정리를 제대로 하면 삶이 바뀐다는 말까지 할 수 있는 거죠.”

물건과 공간의 가치를 비교해보는 일도 정리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정 대표는 “알뜰살뜰 살던 어르신들은 물건이 재산이라고 생각해 ‘함부로 버리면 죄 받는다’며 버리지를 못한다”면서 “하지만 물건은 물건일 뿐이고 물건을 버림으로써 공간을 얻는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물건과 시간의 가치도 비교하며 “내가 썼을 때 빛나는 물건, 가장 좋고 예쁜 것들과만 살아도 부족한 것이 인생인데 불필요한 물건까지 무겁게 지고 가기에는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덧붙였다.

“원래 볼펜은 한 자루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어디에 볼펜이 있는지 모르니 사고 또 사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못 버리는 사람’ 혹은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건 기술이 부족하다기보다 정리에 관심이 없고 공간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누구나 정리가 된 공간이 주는 힘을 경험하면 정리는 습관이 될 수 있죠. 정리를 하면서 인생이 바뀐 저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정리를 통해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시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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