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PA 가자 통제 반대' 마이웨이…"美, 진의 설명 요구"

김상훈 2023. 11.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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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손에 맡겨야" 美 요구 거부 배경엔 PA에 대한 불신 자리
"하마스 침입 못막았다" 비판받는 네타냐후 입지도 작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하마스 소탕을 위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후 가자지구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36일째인 11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하마스 소탕을 위한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통제하에 두는 방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그곳(가자지구)은 이전과 달라져야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그곳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기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던 지난 6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입장과는 격차가 크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8일 이른바 '포스트 하마스 구상'과 관련, "전쟁이 끝날 때 과도기가 필요할 수 있으나 가자·서안지구 거버넌스(통치체제)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뿌리 뽑은 이후 일정 기간 치안을 유지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지만, 이후 가자지구 통치는 온전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또 지난 5일 서안의 중심도시 라말라를 깜짝 방문할 당시엔 "가자지구의 미래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고,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그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된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에 기반을 둔 미국의 전후 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구상과는 달리 네타냐후 총리가 자치정부의 역할을 배제하고 안보 통제권을 고집하자, 미국은 그 발언의 취지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국영방송 칸(Kan)이 12일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자지구 통치 반대와 이스라엘의 안보 책임을 주장하면서 테러 세력을 지원하는 자치정부에 대한 불신을 거론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저지른 하마스의 학살극을 인정하지 않는 데다, 평소 자국에 저항해온 무장세력들을 지원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그동안 이스라엘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주민의 가족에게 월급 형식의 금전적 보상을 해왔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면) 당국이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죽이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측이 통치하도록 하면 하마스와 같은 무장 저항 세력이 다시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를 담고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가자지구 인근 남부지역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장한다는 이스라엘군의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가자지구 분리 장벽 인근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주민은 분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하마스 등이 쏘는 로켓 때문에 피해를 봤고, 지난달 7일에는 분리 장벽을 넘어 침투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무참히 학살당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자지구 통치는 이스라엘 남부 주민의 확실한 안전보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는 이미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퇴진 압박을 받는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명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서안 통치와 이스라엘의 안보 통제권 배제는 가자지구에 다시 유대인 정착촌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 우파 세력의 야심에도 방해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이번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정계에서는 전후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005년 '가자 철수'로 가자지구 내 정착촌을 비워야 했던 유대인들은 전쟁이 끝나고 다시 자신들이 살았던 곳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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