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원 60% 비즈니스 경험 갖춰 … 공공분야 경력도 필수코스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11.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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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성장하는 美
학창시절부터 선거캠프 참여
정당서 입법 보좌·메시지 작성
의회인턴 거쳐 보좌관行 많아
美 전직대통령 도서관 15곳
예비정치인 양성소로 명성
젊은피 수혈로 젊어진 하원
초선평균 47.8세…韓은 57세

◆ 한미 초선 영입루트 분석 ◆

지난 9월 미국 공화당의 2차 대선주자 토론회가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렸다. 공화당 대선후보 1순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했지만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를 포함한 7명의 대선주자가 정견을 발표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올해 4월 중남미를 방문했다가 환승하기 위해 미국에 잠시 들렀을 때도 직접 찾아 강연한 곳이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공화당 내부 중요한 행사가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유다.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9월 보스턴에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에서 암 종식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문 샷' 연설을 했다. 미국에는 전직 대통령 이름을 딴 도서관 또는 박물관이 총 15곳 있다. 특히 이들 도서관은 정치인과 시민의 소통 창구이자 젊은 예비 정치인을 양성하는 '정치 아카데미' 기능을 한다.

버락 오바마 도서관은 현재 100% 디지털로 운영되지만 시카고 남부에 버락 오바마 센터가 새롭게 건립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도서관에서는 기록물을 바탕으로 시민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미국 헌법, 투표권, 주요 법안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백악관 오벌 오피스를 그대로 재현했고 전용기였던 에어포스원도 전시돼 있다.

보스턴에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워싱턴DC 연방정부나 의회와 연계한 '인턴 프로그램'도 정치 신인을 배출하는 핵심 경로다. 대학생 때나 대학을 졸업한 후 인턴을 하면서 직접 정책을 만들고 정치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 당을 지지하는 대학생 모임도 운영한다. 하버드대 민주당 모임, 뉴욕대 민주당 모임, 러트거스대 공화당 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또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소수 인종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치 참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학창 시절부터 '풀뿌리 정치' 경험을 단계적으로 쌓고 기업이나 공공 분야 경력을 거쳐 연방의회까지 진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사무국장은 "주·연방정부, 의회, 정치인 지역사무소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 도서관, 시민단체가 다양한 정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입법 활동, 선거제도, 캠페인 운영, 정치 메시지 작성 등을 통해 예비 정치인을 양성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방의회에는 약 70명의 한인 보좌관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영 김, 앤디 김, 미셸 박 스틸 등 한국계 하원의원처럼 의회 입성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 위치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특히 비즈니스 경험이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 연방의원 10명 중 6명꼴로 비즈니스 경험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117회기 기준 상원의원 100명 중 47명, 하원의원 435명 중 273명이 각각 기업 오너, 전문경영인, 자영업자 등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는 법조계나 교육 분야 직업군을 거친 의원보다 많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조직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창출했던 비즈니스 경험이 미국 컨트롤타워인 연방의회 활동에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공 서비스와 주·연방정부 선출직 등으로 일하다가 연방의회로 진출한 상원의원은 64명, 하원의원은 297명이다.

또 연방의회는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2년 임기 하원의원 평균 연령은 117회기 58.4세에서 118회기인 올해 57.9세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되면서 신규 선출된 하원의원 평균 나이가 50.6세에서 47.8세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하원의원도 전체의 14.7%인 64명이다. 최연소 하원의원은 플로리다주의 맥스웰 알레한드로 프로스트 민주당 의원(25)이다. 40대 하원의원 비중이 20%를 웃돌면서 전 회기보다 두 배 많아진 반면 70대 비중은 15% 수준으로 전 회기(30%)의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21대 국회 초선 의원의 평균 연령은 만 57세로 집계돼 미국 초선 하원의원의 평균 연령보다 약 9세 많았다.

미국 상원의원 100명의 임기는 6년이지만 2년마다 3분의 1씩 선거를 통해 재신임을 받거나 교체되는 가운데 평균 연령은 117회기 64.3세에서 118회기 64세로 약간 낮아졌다. 같은 기간 선거가 없는 기존 상원의원 연령이 2년씩 일제히 올라갔음에도 신규 선출된 상원의원 연령이 56.1세에서 50.4세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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