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대만·반도체 … 美中 화해무드에 해결 기대감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11.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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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회의 관전 포인트
바이든, 재선·동아시아 안정 등
정치적 목적으로 中도움 필요
시진핑은 경기침체 탈피 위해
미국과 관계개선 최우선 시도
尹·기시다 韓日밀월 보여주며
스탠퍼드대학에서 함께 강연
韓中정상회담 열릴지도 관심

◆ APEC ◆

10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 일대에 금속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11일 차관급 실무회의를 시작으로 개막한 이번 행사는 17일까지 이어지며, 15~16일에는 21개국 정상회의와 양자회담이 열린다. 신화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핵심 의제는 대만 문제와 반도체 수출 규제가 될 전망이다. 대만 주변에서 중국의 무력시위 강화,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때 중국 개입 우려 등에 대해 미국이 한발 물러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2019년 시작된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도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엑시트(exit) 전략'을 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도체 규제는 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줬을 뿐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 독립을 더 가속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9~10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만나 미·중 양국이 서로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모색하지 말자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이전과 달리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국내외 리더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색된 양국 관계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재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두 개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동아시아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약 펜타닐과 전쟁을 벌이려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중국은 침체된 경제 회복을 위해 대미 수출을 복원해야 한다. 역대급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를 다시 끌어들이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다. 시 주석이 3연임으로 장기 집권을 확정한 만큼 미국과 각을 세울 이유도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 언론들이 잇달아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며 '해빙 무드'를 조성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온 세계가 이번 샌프란시스코 회담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상호 포용만이 유일한 선택지"라며 선봉에 섰고,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와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발행하는 광명일보도 신화통신의 3311자짜리 논평 '중미 인민의 우의는 영원하다'를 지면 전반부에 게재했다. 이 논평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돕기 위해 파견됐던 미군 부대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s·飛虎隊)를 매개로 미·중 양국 간 우호 관계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APEC 정상회의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참하는 데다 중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중립을 고수하고 있어 주요 의제에 대한 공동성명이 발표될 가능성은 작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기후변화 공동대응도 이번 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미·중 정상은 물론 주요 회원국들이 같은 입장인 만큼 공동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최고경영자(CEO) 서밋 오후 세션에 참여한다. 이 세션에는 태국, 베트남, 칠레 정상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도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CEO 서밋에 참석해 'APEC 내 상호연결성 강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후에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서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 협력 국가 정상들과 만난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정부가 주도해 지난 5월 출범시킨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 협의체다. 주요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IPEF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에는 스탠퍼드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일 및 한·미·일 첨단기술 분야 협력 좌담회를 연다. 마지막 날인 17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국 주요 정상들이 참석한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바이든 대통령, 시 주석, 기시다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참석한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하고, 홍콩에서는 존 리 행정장관 대신 폴 찬 재무장관이 참석한다. 리 행정장관이 2020년 8월 홍콩의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도 참석하지 않는다. TSMC 창업자인 장중머우(모리스 창) 전 TSMC 회장이 대만을 대표해 참석한다.

[샌프란시스코 이덕주 특파원 / 서울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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