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美신용등급 전망 하향 …"재정적자 위험수위" 경고
'안정적'→'부정적' 조정
"최근 美경제지표 좋지만
셧다운으로 침체 가능성"
고금리에 이자 부담도 급증
10년 후 세금 거둬 30% 내야
3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재정적자가 위험 수위에 다다른 데다 의회 예산안 합의 실패로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지표상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음에도 셧다운으로 인한 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3대 신평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마저 향후 하향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앞서 S&P와 피치는 각각 2011년 8월과 올해 8월에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내린 바 있다.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의 요인으로 크게 '재정건전성 악화'와 '정치 양극화' 두 가지를 꼽았다. 앞서 피치도 같은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됐고, 이 리스크가 국가 고유의 신용으로 더 이상 완전히 상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속에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는 효과적인 재정 정책 조치 없이 미국의 재정적자는 막대한 수준에 머물 것이며 채무 능력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재정적자는 전년 대비 23% 늘어난 1조6950억달러로 미 국내총생산(GDP)의 6.3%에 달한다.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받은 학자금대출 탕감 프로그램이 제외된다면 재정적자는 2023회계연도에 2조200억달러로 전년(1조200억달러) 대비 무려 2배 늘어난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급속한 재정적자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 재정적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주요 위기 당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재정적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재정지출은 늘어난 반면 세입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1340억달러), 노인 건강보험(메디케어·920억달러), 부채 이자 지급(1840억달러) 등 복지 중심으로 전년 대비 재정지출이 총 5600억달러 늘었다. 반면 세입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세금 혜택(1000억달러) 등으로 총 4600억달러 줄었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이 커진 것도 신용등급 전망에 악영향을 미쳤다. 무디스는 세입 대비 부채 이자 지급 비중이 2022년 9.7%에서 2033년 26%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후 거둬들이는 세금 중 3분의 1 가깝게 빌린 돈의 이자를 내는 데 사용된다는 말이다.
무디스는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내년 평균 4.5% 수준을 찍고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가 오래 머무를 것이라는 가정이 반영된 것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뿐만 아니라 정치 양극화에 따른 미 의회 입법 기능 부재 역시 신용등급 하락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무디스는 "미 의회가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겨 정부 셧다운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이유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9월 25일 "일시적인 미국 정부 셧다운이 미국 경제를 망가뜨릴 가능성은 작지만 다른 최고 등급 국가와 비교해서 미국 제도 및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 의회는 내년도 예산 처리 시한이었던 9월 30일 직전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정부 셧다운이 매주 직접적으로 분기 성장률을 0.15%포인트 하락시키고, 민간 부문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매주 약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미국 경제는 굳건하며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큰 자산"이라고 등급 전망 하향을 반박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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