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역대 최대인데 잠자는 '사기방지법'
금액도 22% 늘어 6천억 돌파
설계사·병원연계 등 조직화
보험종사자 가담 27% 증가
법안, 정쟁 탓 4개월째 제자리
보험설계사 A씨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청약서에 고지해야 할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게 한 뒤 치아보험에 가입시켰다. A씨는 이후 병원 상담실장 B씨와 짜고 보험 계약자들에게 임플란트 등 고가 치료를 받게 했다. B씨는 상해가 발생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조작했고, 보험 계약자들은 6개 보험사에서 2억6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8000만원을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경찰은 A씨와 B씨, 보험 계약자 등 39명을 검찰로 송치했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조직적인 범죄로 진화하고 있는데, 보험설계사가 가담했거나 병원 종사자 등이 한통속이 되는 등 조직적 보험사기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될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정쟁에 막혀 4개월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2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5115억원)보다 21.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처음으로 6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작년(1조818억원)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 종목별로 보면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 적발액이 전체의 92.6%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어난 5만5051명으로, 상반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처음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사상 최다인 11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올 상반기에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 가운데 보험업 모집 종사자는 91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7.2%나 증가했다. 적발된 병원 종사자는 614명이었다. 보험업을 제외한 일반 회사원은 1만1002명 적발됐고 무직·일용직(6662명), 전업주부(5225명), 학생(2945명) 등도 많았다.
보험사기가 조직화·대형화되고 만연해지면서 적발 금액과 적발 인원이 불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포항의 한 병원에서도 허위로 도수 치료 영수증을 발급해 보험금을 챙기게 한 혐의로 병원장과 보험설계사 브로커, 환자 등 126명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요즘 보험사기의 경우 설계사와 병원 종사자 등이 끼어들어 조직화한 사례가 적지 않고, 이 경우 일반인도 다수 가담하며 집단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기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회에서 법안 처리 속도가 더뎌 보험 업계의 속을 태우고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7년간 단 한 번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법의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21대 국회에서 17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7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고,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여야 정쟁에 막혀 4개월째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에는 보험사기를 알선하고 권유한 사람을 보험사기 행위자와 같은 수준(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보험사가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하고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도 들어갔다. 보험업 종사자, 의료인, 자동차 관리 사업자 등 보험 산업 관계자가 보험사기로 적발되면 일반인보다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은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 범죄라고 규정하고 법 개정을 주문했다"며 "보험사기도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민생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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