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틱톡 잡겠다"… 달아오른 국내 숏폼 시장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1. 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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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대세로 자리매김하자
네이버, 일사용자 200만 목표
앱 서비스 '클립' 전면 배치
유튜브·인스타도 창작자 육성

'숏폼'이 한국 소셜미디어(SNS) 산업을 달구고 있다. 구글 유튜브, 메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외국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한 데다, 국내 대표인 네이버가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는 수개월간 예열을 마치고 빅테크가 선점한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본격 반격에 나섰다.

12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네이버는 자사 숏폼 서비스 '클립'의 연간 사업 목표를 두 배로 높여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클립은 당초 목표였던 일간활성사용자수(DAU) 100만명·일평균 1000만뷰(조회 수)를 조기에 달성했다. 이어 DAU 200만명·일평균 2000만뷰 연내 달성을 새 목표로 잡았다. 이 목표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숏폼 시장에서 틱톡의 DAU를 넘어선다. 네이버는 "10대 사용자를 빼앗긴 IT기업에는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 숏폼 서비스를 준비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네이버는 이달 2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며 클립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6월에는 클립 서비스 개편에 맞춰 공식 창작자를 모집했는데 총 1만3000여 명이 지원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차별화 전략은 쇼핑, 검색, 블로그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와의 연계다. 블로그, 카페 등 UGC(이용자 생성 콘텐츠)를 오랫동안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익모델을 적용해 숏폼 창작자를 빠르게 끌어모으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다른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쇼츠), 인스타그램(릴스), 틱톡 등 다른 숏폼 서비스와 차별점이다. 예컨대 숏폼 영상을 보다가 바로 쇼핑을 하고, 식당이나 여행 서비스를 예약하거나 더 궁금한 정보를 블로그에서 확인하는 식의 확장이 가능하다. 또 네이버웹툰, 스포츠, 뉴스 등 다양한 관심사·콘텐츠와 숏폼 연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핵심 자산인 블로그와 숏폼(클립)의 시너지도 주목된다. 지난 20년간 네이버에서 3300만개의 블로그가 개설됐고 28억건의 글이 게시됐다. 블로그에 방대하게 쌓인 데이터와 견고한 팬덤을 숏폼과 연계한다면 빅테크와 다른 새로운 숏폼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플랫폼들은 이미 한국시장에서 숏폼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8일 기준 유튜브의 국내 DAU는 2542만명을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이 1091만명, 틱톡이 161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IT 업계에서는 유튜브의 진격에 대해 '숏폼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는 올해 2월 자사 숏폼 서비스인 '쇼츠'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국내 인플루언서들이 숏폼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유튜브는 지난 7월 쇼츠를 통한 수익 창출 조건을 완화하는 파트너프로그램을 6개국에서 공개했는데 한국이 그 중 하나로 포함됐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전문 기업 콜랩아시아 분석에 따르면 유튜브 시청자 뷰(view)의 88.2%가 쇼츠에서 발생했다. 또 유튜브 채널 유입 10명 중 7명은 쇼츠로 처음 채널에 접근했다.

숏폼의 인기는 단연 영상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이 10분 미만의 영상을 선호하면서 관련 콘텐츠와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 숏폼 사용자의 연령대가 넓어지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폴로어 2120만명을 보유한 틱토커 유온 씨는 "그간 3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숏폼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없었는데 최근에는 유튜브 쇼츠를 통해 연령대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면서 "네이버의 숏폼 진출은 숏폼 소비층 확대, 네이버 커머스와의 연계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숏폼은 사람들의 영상 소비 습관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로 영상'의 대중화다. 숏폼은 2016년 설립된 틱톡을 시작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메타가 2020년 인스타그램을 통해 숏폼 서비스인 '릴스'를 내놓았고,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도 2021년 숏폼 서비스 쇼츠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영상 소비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는 점에서 숏폼은 플랫폼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유튜브의 경우 쇼츠 출시 이후 유튜브 영상 한 개를 시청하는 시간은 2분에서 1분으로 감소했지만, 채널별 시청 시간은 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청자가 약 10분 길이의 유튜브 영상을 1편 보는 것보다 60초 분량의 쇼츠를 10번 이상 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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