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거야 폭주의 희생양 된 전세난민들
3년 전 임대차법 밀어붙여
부작용으로 세입자 고통 심화
부동산심판론에 정권교체에도
거야 횡포에 정상화 지지부진
공급 더 줄면 약자만 또 피해
취지는 약자 보호였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핵심인 주택임대차보호법 말이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 법은 2020년 7월 30일 전격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거대 여당(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정부 깃발을 따라 마치 게릴라전이라도 하듯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야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국민의당도 표결에 불참했다.
당시 야당은 왜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이 법안에 반대했을까. 이론적으로는 두 제도 모두 세입자 보호 취지에 맞는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2년 계약한 후 1회는 갱신청구권을 써서 추가 2년 더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해준다. 전월세상한제도 임대료 증액을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하니 급등을 막을 수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논의됐고 박근혜 정부 때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처가 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숙의했지만 선뜻 도입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 파급효과가 걱정됐던 탓이다. 주택의 속성상 단순히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뿐 아니라 집주인이면서 세입자일 수도 있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조가 연쇄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주관 부처 공무원들이 꺼렸던 이유다.
실로 그 부작용은 엄청났다. 예상했던 대로 집주인들은 4년간 묶일 전세금을 반영해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전셋값이 뛰니 매매가도 덩달아 치솟았다. 설상가상 진보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면서 주택 보유자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니 새로운 소득원이 없는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라도 전가해야 했다. 아이 교육으로 운신의 폭이 좁은 가장은 실거주 의무를 앞세운 집주인의 퇴거 통보에 속수무책이었다.
급등하는 전세금에 질린 젊은 세대들은 '벼락거지'를 피하려고 집을 사는 영끌족으로 변신하며 서울 전역 집값을 끌어올리는 장본인이 됐다. 막대한 가계부채는 고금리 시대 우리 경제 회복에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셋값 급등기를 피했던 가족은 잠시 안도했지만 2년 후에는 기존보다 오른 시세에 맞춰 전세금 수억 원을 마련하는 게 다반사가 됐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빌라와 다가구 전세마저 급등하면서 갭투자를 자극하고 깡통전세나 전세사기를 키우는 불쏘시개가 됐다는 것이다. 국가자격증을 가진 공인중개사를 믿고 전세 계약을 했던 2030 사회초년생들이 줄줄이 희생자로 전락했고, 지난 1년간 지뢰밭처럼 곳곳에서 터진 비극은 새만금 잼버리 사태보다도 더 처참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로 정권이 교체된 지 1년 반이나 됐지만 어째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점령군처럼 국회를 장악하고 대못을 박아 놓았던 각종 정책들이 아직도 정상화되지 못한 탓이 크다. 3년 전 거대 여당이 거대 야당으로 바뀐 국회는 입법부의 횡포로 규정된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과 재건축분담금 완화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다음주부터 다음달 초까지 법안심사 소위가 예정돼 있지만 아직도 법 통과는 기약이 없다. 일견 유주택자를 위한 법안처럼 보이지만 정책 동맥경화를 뚫으려는 시도다.
국회 그늘에 말라버린 식물 행정부는 제대로 된 정책도 내놓지 못한다. 희망고문만 당하던 정비사업장이나 고금리 악재에 시달리던 민간 주택사업은 진척이 더디다.
올해 뚝 떨어진 주택 인허가와 착공 지표는 내년 이후 주택공급난을 걱정하게 한다.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서울과 수도권 전세시장 방향성은 분명하다. 최약자 피해가 우려된다.
[이한나 부동산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청조가 SK랑 삼성보다 돈 많아”…남현희 녹취록 공개 - 매일경제
- 차 빼다 옆차 범퍼 살짝 스쳤는데…병원 간 엄마와 딸, 이럴 땐 어떡하죠? [어쩌다 세상이] - 매일
- “이제 파티에서 위스키 안마셔요” 조니워커 그 회사 주가폭락 - 매일경제
- 내일부터 스벅 아메리카노 ‘3천원’에 팝니다…개인컵 가져오면 추가 할인까지 - 매일경제
- “이 곳 다 녹으면 전지구적 재앙”...해수면 6m 이상 높아진다 - 매일경제
- “中핵전력 대응”…‘대당 1조’ 미 신형 핵폭격기 ‘B-21’ 첫 비행 공개 - 매일경제
- 경기도민 10명 중 6명 “김포 서울편입 반대”…김포시민들은? - 매일경제
- 서울 음식점서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 단 4개뿐…배신 때린 비빔밥·냉면 - 매일경제
- 은행 이체장애 한달만에...日전국서 신용 카드 결제 ‘먹통’ - 매일경제
- 29년 만에 KS 우승까지 1승 남았다…이 순간 기다린 염갈량 “나-선수단-프런트-팬들의 절실함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