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도 크고, 목표도 크다… 코칭스태프도 놀란 KIA 신인 포수, “목표는 신인상입니다”

김태우 기자 2023. 11.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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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KIA의 3라운드 지명을 받은 이상준은 팀 포수진의 미래로 손꼽힌다 ⓒKIA타이거즈
▲ 이상준은 오키나와 캠프에서 기본기 위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포수가 없는데 네가 한 번 해볼래”

한 초등학생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미션은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KIA 신인 포수 이상준(18)은 대개 많은 포수들이 그렇듯이, 우연히 포수 마스크를 썼다고 떠올렸다. 초등학교 때였다. 이상준은 “팀에 포수가 없었다. 내가 덩치도 좀 있고, 공도 좀 던질 수 있으니 ‘포수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고 했다. 하지만 중간에 딴눈을 팔지 않고 이 포지션이 굳어진 건 매력을 느껴서다. 이상준은 “하다 보니까 재미가 있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우연한 기회에 안방을 차지한 이상준은 ‘포수’로서 쑥쑥 컸다. 대치중, 경기고를 거치며 아마추어 최고 포수 중 하나라는 평가 속에 큰 기대를 모았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동기들 중에서는 단연 포수 최대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렇게 KIA의 2024년 3라운드(전체 26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1일부터 진행 중인 팀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해 눈도장을 받고 있다.

아직 고등학교 졸업장조차 받지 못한 어린 나이. 그러나 체격만 놓고 보면 누구도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당당하다. 고교 시절 아마추어 최고의 장타력을 선보였다는 힘이 괜한 평가는 아닌 듯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게 낯설지만 이번 캠프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간다는 의지 속에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간 지나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하루가 짧다는 말도 한다. 주눅이 든 기색은 없다. 프로의 일원이 됐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배울 게 많다는 것 자체가 동기부여로 다가온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이상준은 “TV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훈련을 같이 하고 있다. 너무 재미있고 좋다. 배울 점도 정말 많은 것 같다. 많이 배워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포수 선배님들이 다 경험이 많으시다. 당연히 나는 열심히 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는 아무래도 코치님들이 (프로에 비해) 많이 안 계신다. 단체로 훈련을 하니 딜레이되는 시간이 있었는데 프로에는 딱 파트별로 코치님들이 계시니 훈련이 딱딱 돌아간다. 그래서 조금 힘든 것도 있는데 재미가 있다”고 미소 지어보였다.

프로에 적응 중이다. 처음에는 아마추어 투수들과 수준이 다른 선배들의 공을 잘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상준은 “직구는 잘 잡았는데 처음에 변화구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 보는 궤적이다보니 그랬다”면서 “이제는 잘하고 있다”고 웃었다. 공을 잘 잡는 것처럼, 기본기라는 단어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이상준은 “김상훈 코치님, 타케시 코치님 모두 기본기부터 강조를 하신다. 고등학교 때 했던 것 중 좋았던 것은 따로 두고, 나빴던 것은 처음부터 기본기를 다시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답지 않다는 건 남다른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는 것이다. 그냥 캠프에 가라고 해서 간 게 아니다. 캠프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목표를 정하고 왔다. 내년부터 KBO리그에 도입될 피치클락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비행기를 탔다. 이상준은 “공을 많이 던지려고 한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 오기 전에 8㎏ 정도를 빼고 왔다”고 했다. 캠프에 가서 무엇을 해야할지, 그렇다면 그 전에 자신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를 잘 안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빠를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 타고난 체격에 체력도 갖춰 성장 속도가 빠를 것이라 기대되는 이상준 ⓒKIA타이거즈
▲ 이상준은 선배들과 더불어 백업 포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IA타이거즈

코칭스태프도 호평 일색이다. 김종국 KIA 감독은 “다른 팀이 앞순위로 뽑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리 팀에 왔다고 하더라”면서 “아직 고등학생이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만 타격 쪽은 파워가 보인다. 오히려 나는 수비 쪽이 조금 더 안정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캐칭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고등학생 같지가 않다. 공을 던지는 건 고등학교 때부터 강견이라고 들었다”고 수비 기본기가 생각보다 좋다고 강조했다.

이범호 타격 코치도 이상준이 묵묵하게 훈련을 따라오는 게 내심 흐뭇하다. 그래서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 코치는 “아무래도 훈련량 자체가 여기서 하는 것에 비해 고등학교 때는 삼분의 일도 안 됐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힘들 텐데, 그런데도 보면 치는 체력이 있다”고 놀라워하면서 “타격은 많이 연습을 해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못 미치는 선수들도 있다. 반대로 타격을 할 때 체력이 좋은 선수가 있는데 이상준이 그렇다. 2~3년 걸려서 할 게 개수가 늘어남으로 인해서 조금 더 줄일 수 부분도 있는 것 같고, 몸의 스피드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훈련을 시켜도 괜찮을 선수”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상준은 감량에서 보듯이 “일단 목표가 있으면 무조건 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이상준은 KIA 선배 포수들의 영상은 물론 잘하는 포수들의 영상을 닥치는 대로 찾아서 본다. 잡는 것도 안정적이고, 송구도 좋아 마틴 말도나도(휴스턴)의 플레이를 자신의 이상향으로 뽑기도 한다. 보통 포수들은 만드는 데 오랜 걸린다는 선입견이 있고 실제 그렇기도 하지만, 이상준은 그 선입견을 깨겠다는 각오로 뭉쳐있다.

이상준은 “일단 당연히 목표는 신인상이다”고 했다. 당돌하다는 생각보다는 목표를 크게 잡고 거기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상준은 “시범경기 엔트리에 들어가고 개막 엔트리에도 들어가고 싶다. 이범호 코치님, 김상훈 코치님 모두 성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라고 말씀하신다. ‘다른 포수들이 10년 걸린다고 하는데, 너는 5년 만에 해라’고 하신다. 목표는 1군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주전은 힘들지 몰라도 백업부터 시작해 천천히 경기에 나가서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는 프랜차이즈 스타도 되고, FA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부터 많이 나가고 싶다”고 당당한 포부를 드러냈다.

▲ 이상준과 심재학 단장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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