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美중소형주 … 월가 큰손은 "낙관적"

김인오 기자(mery@mk.co.kr),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1.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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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15% 뛸때 중소형주 -3%
실적 바닥 전망에 반등 기대감
피터린치 "러셀2000 주목해야"
번스타인 "한 번뿐인 매수기회"
내수의존도 높은 美 중소형주
고금리 대출 의존은 리스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는 등 뉴욕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월가 일각에서 미국 중소형주 반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경제가 침체돼도 중소형주는 이미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는 분석에서다.

연말 산타랠리가 찾아오는 경우 계절적 반등을 노려 볼 만하다는 기대감도 따른다.

다만 이달 중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데드라인 일정이 몰려 있는 만큼 분할 매수에 나서는 등 리스크 관리는 필요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600지수가 최근 한 달을 기준으로 각각 약 4%, 3% 하락했다. 올해 1월 이후 연중 기준으로는 각각 3%, 4% 떨어진 상태다.

나스닥100지수와 S&P500지수는 최근 한 달간 각각 약 2%, 1% 올랐고 연중 기준으로 각각 약 43%, 15% 뛴 것에 비하면 중소형주 약세가 두드러진다.

월가 일각에서는 중소형주 약세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는 최근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빅테크를 제외하면 우리는 2년 동안 믿을 수 없을 만큼 하락장에 있었다"며 중소형주들이 적정 기업가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셀2000지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나는 주식이 하락할 때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 회사 번스타인의 리처드 번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10년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 7' 종목보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주가 더 훌륭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번스타인 CEO는 "(빅테크가 이끄는) 편협한 상승세는 정당하지 않다"며 "소외됐던 종목들이 한 세대에 한 번뿐인 매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리 칼바시나 RBC캐피털 미국 주식 선임 전략가는 고객 메모를 통해 "중소형주 주가는 주당순이익(EPS)이 반등하기 3~6개월 전에 바닥을 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재 미국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S&P600지수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2개월 선행 EPS 대비 12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S&P500지수(18.2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S&P600 기업들 총 매출이 작년보다 약 1% 줄어들 것이며 EPS는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매출과 EPS 모두 반등이 기대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EPS가 올해 초에 내놓았던 예상치보다 17%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 측은 최근 고객 메모를 통해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S&P600 기업 중 대부분의 내년 EPS 전망치를 낮췄으며 이는 최근 10년 중 최악의 수준"이라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오히려 향후 주가 반등 배경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중소형주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채 부담과 향후 경기 침체 시 매출 압박, 투자 불안 심리가 부각되는 경우 주가가 반등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부채 부담과 관련해 RBC캐피털 측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기업대출 가중 평균 만기가 8.8년인 데 비해 중소기업대출은 절반 수준인 4.8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만기가 빨리 돌아올수록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대출 연장·갱신에 나서는 경우 금리 상승분이 대기업에 비해 더 빨리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 이익마저 끌어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낮아 채권 시장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은행 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변동금리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고금리 기조에 따른 압박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향후 미국 경기와 관련해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물가 안정을 위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소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해외 시장 매출보다는 미국 내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미국 경기 침체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인오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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