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한국경제, 성장한계 극복의 조건
인구감소로 저성장 고착화
양적성장보단 질에 집중
34위 수준 1인당 GDP 올려야
기술·제도 혁신이 핵심 열쇠
한국의 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작년에 세계 13위였다. 우리를 앞선 12개 국가는 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과 브릭스(BRICS)의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그리고 호주였다. 한국은 아직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을 중심축으로 하는 두 연합의 회원국들에 뒤처져 있다. 더욱이 1인당 평균 소득 수준에서 G7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세계 34위다.
한국이 경제 규모(GDP)에서 다른 국가들을 앞지르기는 쉽지 않다.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5년간 평균이 2.2%이고 올해는 1.4%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저성장 현상이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
GDP는 인구수와 1인당 GDP를 곱한 값이기 때문에 이 두 요소의 변화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결정된다. 한국은 지금까지 인구와 1인당 GDP가 모두 빠르게 증가해왔다. 1990년에 4287만명이었던 인구는 현재 5163만명이며, 1인당 평균 GDP는 6610달러에서 3만2255달러로 상승해 GDP가 4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는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서 경제 규모를 확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1인당 GDP의 증가율을 높인다면 경제 규모의 성장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지난 30년간 한국 GDP의 빠른 성장은 인구보다도 1인당 GDP의 증가 속도에 기인한다.
1인당 GDP의 증가율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기술 진보에 의존한다. 우수한 인력이 적절한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때, 1인당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그러나 한국은 노동 시장이 경직적이어서 인적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낮다. 그뿐만 아니라 1인당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 업종의 고용 비중이 너무 높다. 서비스업에서 근로자 1인당 평균 생산량은 제조업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다. 첨단 제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주도적인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노동·산업 구조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을 통해 1인당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 미국은 기술진보율이 높아서 연평균 2% 이상의 장기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유엔 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적인 기술 혁신 역량에서 세계 10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부 지표 중 제도 측면에서는 세계 32위로 평가가 낮다. 특히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는 금융시장과 정부 정책의 효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험 정신의 기업가, 모험 자본 투자자,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 체계, 효율적인 경쟁 시스템, 법과 제도, 그리고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통해 기술 혁신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캐나다의 인구는 3900만명으로 한국보다 적지만, 1인당 GDP가 5만5000달러로 더 높아서 경제 규모는 더 크다. 우리가 제도 개혁과 기술 발전을 통해 1인당 GDP의 증가율을 높인다면 G7 국가들을 추격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산업 재편, 고부가가치 전환, 핵심 인력 양성 등에 노력한다면 2040년에 1인당 GDP가 7만달러를 넘어 세계 7대 경제 강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인당 소득을 늘리고 경제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진정한 선진국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 경제가 양극화의 늪에서 벗어나고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기업, 사회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가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지지를 모아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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