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대기업만 독박쓴 전기요금 인상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11.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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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 조정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대기업에 떠넘기기'다. 지난해 전력소비 상위 0.2%에 해당하는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 단가만 ㎾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올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산업계가 요금 인상을 감내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을 주택용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올린 점을 간과한 주장이다.

그간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요금 부담이 저렴한 탓에 전력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온 논리대로라면 가정용과 중소기업 전반의 요금 부담을 높여 소비를 줄여가는 게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총선 표심 탓에 이번에도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과연 국민 부담을 줄이는 길인가. 실제 주요 기업들이 이번 조정안으로 부담해야 할 추가 지출액은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가장 많은 전력을 쓴 회사로 꼽힌 삼성전자의 경우 변동된 요금 기준을 따랐을 때 추가로 연간 2940억원을 내야 한다. 산업계 일각에서 정부를 향한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우선 그간 저렴한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유지했던 우리 기업들의 수출 가격경쟁력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기업들은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2차전지 등 클러스터 조성에 향후 5년간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발표가 나온 지 두 달도 안 돼 기습적인 전기요금 인상으로 뒤통수를 친 격이 됐다.

이런 수천억 원의 비용 발생이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비롯해 고용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 보듯 뻔한데 정부만 '눈 감고 아웅' 하는 셈이다.

비록 중소기업에는 직접적 요금 인상 부담이 없다고 하지만 대기업의 투자계획 지연이 발생할 경우 중소기업에 미치는 피해도 불가피하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면 불편부당한 동일한 원칙을 갖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옳았다. 그런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이진한 경제부 mystic2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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