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낮에 뜨는 달’ ‘고려 거란 전쟁’, K-사극의 새 화두 ‘균형’[스경연예연구소]
사극은 오랜 시간 대한민국의 안방극장을 지켜온 장르 중 하나다. 조선왕조 500년을 비롯해 삼국시대, 고려시대 등 역사에 기반한 인물과 사건들은 풍부한 창작의 재료로 쓰였다.
대한민국의 드라마를 ‘K-드라마’라고 평하면서 그 영향을 세계적으로 논할 수 있었던 것도 사극이 발단이었다. ‘대장금’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 등 다양한 형태의 사극은 인기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통의 생활과 양식, 가치를 세계에 전하는 수단이 됐다.
어느새 그동안 안방에서는 정통사극의 시대는 끝나고 현대극의 트렌디함과 교집합을 택하는 퓨전사극이 늘어났다. 그런 와중에 사극의 무게감이나 장르로서의 파급력도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공개되는 작품들은 사극의 새로운 경향을 알리고 있다. 그 골자는 ‘균형’이다. 장르와 장르, 시대와 시대, 현실과 창작, 전통과 첨단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고 대한민국 사극의 또 다른 지평을 노리고 있다.
실제 방송 중인 작품 중 사극의 인기를 증명하는 작품이 MBC 금토극 ‘연인’ 시리즈다. 지난 8월4일 파트 1이 방송된 ‘연인’은 다시 10월13일 파트 1 종방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파트를 공개했다. 시청률은 10%를 넘어 11%대로 경쟁이 치열한 금토극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
‘연인’은 장르와 장르의 균형을 잡았다. 드라마는 조선 병자호란 즈음을 배경으로 주체적으로 세상의 풍파에 맞서나가는 주인공 유길채(안은진)와 함께 그의 필생의 연인으로 거듭나는 이장현(남궁민)의 로맨스를 그렸다.
단순히 사극풍의 로맨스 극이었다면 지금 같은 반응을 없었을 수 있다. 병자호란 등 국난을 실감 나게 재현하고 그 안에서 짓밟히면서도 일어나는 민초들의 삶을 병치시켰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애틋함을 전했다. 로맨스와 전란(戰亂), 두 장르의 균형은 ‘연인’의 가장 큰 힘이다.
ENA에서 방송 중인 수목극 ‘낮에 뜨는 달’은 과거와 현대의 균형을 꾀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 ‘프로듀사’ 등을 연출한 표민수 감독의 작품인 드라마는 인기 원작 웹툰이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톱스타와 소방관으로 각색돼 진행된다.
원작에 비해 현대 주인공들의 직업이 생기면서 직업에 따른 에피소드와 갈등이 추가돼 현대분량이 늘어났다. 과거 사극 로맨스에만 집중된 작품이 현대 분량을 늘리면서 균형을 꾀한 것이다. 시대의 균형이 맞으면서 ‘환생’이라는 극의 핵심 코드도 살아났다.
지난 11일 방송을 시작한 KBS2 주말극 ‘고려거란전쟁’은 전통과 첨단의 균형을 꾀한 작품이다. 993년부터 1019년까지 벌어진 고려와 거란과의 큰 세 전투를 다룬 작품은 ‘사극의 왕’ 최수종을 11년 만에 불러들이면서 극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볼거리는 ‘첨단 기술’에 있다. 초반 거란과의 대규모 전투를 구현할 때는 전쟁장면 전문 연출자 김한솔PD를 따로 두고 CG 스튜디오 두 군데와 협업하면서 KBS 사극이 보여주지 않았던 스펙터클을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올법한 대규모 전쟁장면은 시작부터 드라마의 몰입도를 바꿨다.
이 밖에도 최근 막을 내린 tvN ‘아라문의 검’은 현실과 창작의 균형을 꾀했다. 사료로 남아있는 한국의 설화를 바탕으로 대규모 고대 대국과 세계관을 떠올리는 창작에 돌입한 것이다. 비록 진입장벽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처럼 철저한 계산에 의한 세계관의 창조는 사극이 꼭 사료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넘어서는 계기가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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