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귀 기울이는 것이 혁신의 전부
이병철 회장이 쓴 '고객 제일' 휘호
30년 넘게 보며 경영 최우선 과제로
유통혁신 반년이면 모두가 따라해
끊임없는 차별화로 반발 앞서면 생존
매경 읽으며 경제 흐름 통찰력 얻어
중국 의존 줄이고 시장 다변화 총력
◆ 톡톡! 경영인 ◆
지난 9월 신세계그룹 임원 인사는 유통업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룹 대표이사(CEO) 가운데 40%를 한꺼번에 물갈이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요즘 유통업계는 살얼음판이다. 험난한 환경에서도 신세계그룹 면세점 사업을 이끄는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60)는 4년째 자리를 지켰다.
유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연임 비결을 묻는 질문에 "매일경제신문을 열심히 봐서 그렇다. 신문을 읽으면서 경제 흐름에 대한 예리한 시각과 통찰력이 생긴 덕분"이라고 덕담을 던지며 시작했다.
겸손하게 답했지만 유 대표는 코로나19로 면세점 사업이 힘든 상황에서도 실적을 선방하고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대표가 취임한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신세계면세점 영업이익이 직전 연도 1115억원 흑자에서 873억원 적자로 추락할 정도로 어려웠다. 3년이 지난 올해 신세계면세점은 3분기 누적 7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수수료 개선과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결과다.
1989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신세계백화점 부문에 배치받은 그는 주로 재무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재무 업무는 경제·경영·회계 전공자가 대부분이었다. 대학에서 이와 무관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처음 몇 개월은 적응하는 데 애먹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그는 회상했다. 면세 사업은 특성상 한일 역사 문제, 한중 사드 배치 등 외교 문제가 업황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는 "경제와 다른 분야에서 바라보는 시야의 넓이, 외교 문제가 사업에 미칠 파장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면세점 사업을 이끌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의 요구를 가장 빠르게 반영할 것인가'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답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는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쓴 '고객제일'이라는 휘호를 30년 넘게 봐왔다"면서 "고객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남들보다 반 발 앞서 상품과 콘텐츠로 풀어나가는 것이 면세점 사업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토종 선글라스 브랜드지만 해외 명품 이상으로 인기가 높은 젠틀몬스터가 만든 탬버린즈 화장품을 3년 전 면세점에 가장 먼저 들여왔다.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조선미녀 등 K코스메틱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해 많이 입점시켰다.
이달 6일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화장품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업계 처음으로 향수 전문관을 따로 냈다. 조말론부터 르라보, 킬리안, 바이레도, 딥티크 등 핫한 향수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 대표는 "향수는 여행을 나갈 때 선물로 구매하기 좋은 아이템인데, 인기 향수만 모아 전문관으로 만든 것이 신세계면세점을 특징짓는 하나의 브랜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통이 쉬운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어떤 회사든 6개월이 지나면 따라오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누가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혁신을 계속 선도하느냐에 따라 브랜드가 차별화되고 성패가 갈린다"고 부연했다.
이달 초엔 신세계면세점의 자체 캐릭터 '폴과 바니'를 공개했다. 벨리곰(롯데홈쇼핑), 푸빌라(신세계백화점), 흰디(현대백화점) 등 최근 유통업계에서 캐릭터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면세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자체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그는 "고객이 원한다면 굿즈로도 만들 생각"이라면서 "신세계면세점만의 매력도를 높여 예술과 체험이 있는 쇼핑 목적지가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단체관광이 재개됐지만 면세점 실적이 기대만큼 호전되지 않고 있는 것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유 대표는 "코로나 시기 여행·호텔·가이드 등 관광 관련 사업체가 많이 폐업한 터라 현재 서비스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음식값·버스비 등도 많이 올라 관광단가를 못 맞추는 것이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면 내년 7월쯤에는 좀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면세점 사업에서 중국에 대한 노출도가 큰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판단하고 시장 다변화를 위한 방안 모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 대표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대만 시장을 중심으로 접점을 넓혀가려고 한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세계적인 호텔·항공 체인들과도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직원들과 소통 잘하는 CEO로 유명하다.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씩 꾸준히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최근엔 매경이코노미에 '가짜 노동'과 관련한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직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 실적 등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도 매월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함께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신열 대표
△1963년 경기 용인 출생 △1986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1989년 신세계백화점 입사 △2012년 광주신세계 대표이사 △2016년 신세계 전략본부장 △2018년 신세계 영업본부장 △2020년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 2023년 한국면세협회 회장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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