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넘은 한류 … 한국 문화산업 벤치마킹하는 태국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11. 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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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K박람회 성황리에 마쳐
입국금지 늘어 反韓확산에도
동남아 기업 456곳 몰려와
국내기업 155곳과 판매 협의
태국 정부, K문화정책 열공해
자국 콘텐츠진흥원 설립 추진
11일 방콕 퀸 시리킷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태국 K-박람회' 전시체험관에서 퓨전사극 드라마 '슈룹' 포스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태국인들. 정주원 기자

"문화를 상품화한 한국의 진보적인 사례가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태국 문화를 세계적으로 홍보할 노하우를 한국에서 배우고, 양국 교류도 적극 돕겠습니다."

한국과 태국이 K팝, K콘텐츠의 현지 인기를 등에 업고 공공·민간 교류 확대에 나선다. 10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유티카 태국 문화부 사무차관보가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과 만나 건넨 말이다.

최근 출범한 태국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면 이는 의례적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타 타위신 신임 태국 총리는 최근 '소프트파워 육성'을 목표로 내걸고, 우리나라 문화 정책과 콘텐츠진흥원 모델을 벤치마킹한 '태국콘텐츠진흥원(THACCA)' 설립을 추진 중이다. 태국은 주변 동남아 국가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데다 K콘텐츠에 대한 호감도와 소비 여력이 높아 우리 콘텐츠 업계에도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런 흐름을 타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공동으로 '2023 태국 K-박람회'가 방콕 센타라 그랜드&방콕 컨벤션센터 등에서 열렸다. 먼저 지난 9~10일 기업 간 거래(B2B) 수출상담회엔 콘텐츠·농수산물·소비재 등 우리나라 기업 155개사와 동남아 권역 456개사 바이어가 참석해 이들 기업 간 1대1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졌다.

11일엔 방콕 퀸 시리킷 국립컨벤션센터에서 K팝 아이돌 샤이니 키와 온앤오프, 태국의 인기 배우 겸 가수 걸프 카나웃, 태국 아이돌 그룹 프록시·베리베리 등의 합동 공연도 열렸다. 4000여 석 규모 공연장에 태국 각지에서 팬들이 몰려들었다. 양국 가수들은 '사와디깝' '안녕하세요' 등 상대국 언어로 인사를 건네며 소통했다.

이어 11~12일 같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 대상(B2C) 한류 전시체험관엔 태국 MZ세대가 몰려 종일 붐볐다. 11일 하루 방문객만 약 1만2530명(주최 측 추산·중복 인원 포함)에 달했다. 현장에선 동남아에서 인기 많은 한국 드라마·웹툰·가요 등의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복 입어보기·한글 써보기 체험 구역이 문전성시를 이뤄 생활·전통문화까지 폭넓게 교류가 이뤄졌다.

이곳에서 만난 태국인 페이홍 씨(23)는 초록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고 양 팔꿈치가 수평이 되게 눈높이까지 들어올려 세배하는 자세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는 "사극 드라마 '슈룹'과 '동이'를 통해 한국 전통 인사를 본 적이 있다"면서 "실제로 한복을 입어보니 더 풍성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무렵에는 김밥 말기 체험 부스도 인기였다. 한 참가자는 "방콕 한식당에서 김밥을 먹어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때마침 올해 콘진원의 9번째 해외 지사도 방콕 텅러 지역에 있는 티원빌딩에 문을 열었다. 조현래 콘진원 원장은 전날 태국비즈니스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우리나라에 약 11만개 콘텐츠 업체가 있는데 90%는 연 매출 10억원 이하, 직원 10인 이하의 소기업"이라며 "현실적으로 해외 지사를 운영할 수 없는 여건이기에 콘진원 센터가 해외 거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센터는 공공 교류와 민간 협력을 돕는다. 가령 민간 분야에서 우리나라 콘텐츠의 태국 현지화 리메이크 지원, 공동제작 지원, 수출 상담 등을 통해 연 100건 이상 비즈니스 매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진출 과정에서 문화적 감수성의 미비로 반감을 사지 않도록 주의도 필요하다. 우리 콘텐츠에 태국 문화를 비하하는 발언이 담겨 비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엔 급증한 국내 불법체류자 문제로 법무부가 태국인 입국을 불허하는 사례가 늘자 일부 태국 네티즌이 '한국 여행 금지'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혐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웅진 태국비즈니스센터장은 "혐한 정서가 현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한국인이 알게 모르게 우월적 감정을 드러내면서 쌓인 문화적 반감이 있을 수 있다. 상대국 입장도 존중해주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방콕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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