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동현의 테크딥다이브] 클라우드 벗어난 생성형 AI… 스마트폰·전용 기기로 침투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이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 분야로까지 번져가는 추세다. 터치 조작과 모바일 앱 생태계의 확산을 이끌어낸 아이폰이 처음 나온 지 16년이 흐른 현재, 대화를 통해 자동화·지능화를 돕는 생성형AI가 UI/UX(사용자 환경/경험)와 산업지형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지 주목된다.
지난 9일(현지시간) IT팁스터(정보유출자) 레베그너스(Revegnus)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애플이 현재 LLM(대규모언어모델)을 사용해 '시리'를 궁극의 가상비서로 전면 개편하고 있고, 이를 애플의 가장 강력한 킬러 AI 앱으로 개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삼성 AI 포럼 2023' 둘째날 행사에서 자사 생성형AI모델 '삼성 가우스'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언어·코드·이미지 생성을 위한 세 가지 모델로 구성됐으며, 클라우드뿐 아니라 온디바이스(기기 내장) 방식을 혼용한다. 이르면 내년 초 갤럭시S24부터 이를 탑재해 선보일 전망이다.
지난 6월 애플 WWDC(세계개발자회의) 2023에선 업계 관심이 무색하게도 MR(혼합현실)이 주인공이었고 AI는 찾기 어려웠다. 애플의 생성형AI 관련 행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경영진이 허를 찔렸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연간 10억달러(약 1조3200억원)를 투자하며 생성형AI를 접목한 제품 개발에 급히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애플 또한 자체 LLM '에이잭스(Ajax)'와 챗봇 서비스 '애플GPT'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베그너스에 따르면 첫 프로덕트를 내년 WWDC에서 공개한 다음 아이폰16 시리즈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애플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온디바이스AI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클라우드를 통한 AI 서비스 결합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사가 온디바이스AI에 집중하는 이유는 클라우드상 초거대AI와의 통신이 필요한 챗GPT 등 기존 생성형AI 서비스에 비해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및 개인화 서비스 제공에 강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담겨있는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학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민감한 데이터의 경우 해당 기기를 벗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 MS(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협력관계임에도 최근 직원들의 챗GPT 사용을 금할 만큼 정보유출은 기업이든 개인이든 민감한 이슈다. B2B(기업 간 거래) 분야에서 LLM을 사내 구축하는 프라이빗AI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퀄컴은 최근 '스냅드래곤 서밋 2023'을 통해 파라미터(매개변수) 10B(100억개) 규모 모델을 구동 가능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 3세대 칩셋을 공개했고, 구글도 자사 TPU(텐서처리장치) 기술을 녹인 '텐서 G3'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픽셀8'을 지난달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최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의 자체 설계 프로세서는 이미 10B 이하 모델을 구동할 역량을 지녔다"고 평했다.
한술 더 떠 모건스탠리는 "20억개 이상의 다양한 엣지 디바이스와 12억명의 사용자 기반으로부터 얻는 데이터, 그에 대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반도체·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간 선도적인 수직통합 등을 고려할 때 애플이 AI 경쟁의 핵심 승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온디바이스AI의 한계도 프라이빗AI가 받는 지적과 유사하다. 현재로선 10B 이하 경량화 LLM은 특정 목적·도메인에 특화시킬 때 효율적인 성능을 내지만, 챗GPT와 같이 범용적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규모가 따라주지 않을 경우 추가학습 과정에서 사전학습된 정보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일반인들에게 다용도로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온디바이스 모델만으론 충분치 않고 클라우드에서 구동되는 초거대 모델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챗GPT 앱과 같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답변 품질 등 성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으므로, 삼성과 애플로선 온디바이스AI를 함께 쓸 만한 개인화나 정보보호 등 동인 마련 역시 숙제라 할 수 있다.
반면, 발상의 전환으로 아예 스마트폰의 형태를 벗어나 챗GPT를 주요 인터페이스로 삼은 소형 이동통신기기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애플 출신 임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은 'AI핀(Pin)'이라는 새로운 기기를 지난 9일(현지시간) 선보였다. 무게 약 34g인 이 기기는 옷에 자석으로 부착해 쓸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손바닥에 레이저를 쏴서 간단한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와 13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AI핀'은 센서를 통한 이용자 음성·제스처 인식으로 통화나 메시징 등 휴대전화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챗GPT를 바로 불러내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답변까지 아직 5초 정도 걸리긴 하지만, 챗GPT가 기기의 중심이 되면서 인터페이스도 변화한 셈이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이 기기 가격은 699달러(약 92만원)이며, T모바일 통신망과 오픈AI·MS(마이크로소프트)의 AI모델들 이용을 위한 월 24달러(약 3만2000원) 구독료는 별도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휴메인과 협력해 AI를 활용하고 기술 및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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