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에 너그러운 교황 ‘인내심 한계’···‘강경보수’ 미국 주교 잘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출해 논란을 일으킨 미국의 조지프 스트릭랜드 주교가 해임됐다.
교황청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 텍사스 오스틴 교구의 스트릭랜드 주교를 해임하고, 조 바스케스 주교를 임시 관리자로 맡겼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해임 사실만을 짧게 알렸다.
교황청이 직접 주교를 해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이는 최근 바티칸과 보수적 가톨릭 세력 사이의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부 미국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의 ‘후진성’을 언급하면서, 이들에게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신앙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스트릭랜드 주교는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행사에서 기도를 한 인물이다. 코로나19 음모론을 지지하면서 백신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그는 오스틴 교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고,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가톨릭 매체들로부터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트릭랜드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사건건 부딪치기도 했다. 임신중지, 트랜스젠더 권리, 동성 결혼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큰 입장차를 보였고, 최근에는 교황이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평신도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놓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너무 진보적이라면서 “교황이 신앙을 훼손한다. 이는 전 세계에 명백한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미 빌라노바 대학교의 신학 교수인 마시모 파지올리는 “주교가 교황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면서 그토록 폭력적이었던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그는 교회에서 정말 부끄러운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전임 교황들이 반대 이념을 가진 고위 성직자들을 검열했던 것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반적으로 성직자들의 반대 의견 표명과 토론을 허용해온 인물로 꼽힌다.
교황청은 앞서 스트릭랜드 주교에게 사임을 요청했으나 그가 공개적으로 거부하자 이례적으로 ‘해임’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교황청과 문제가 있는 주교는 사임을 요청받고, 그가 사임서를 제출하면 교황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한다.
교황청은 지난 6월부터 재정 처리 문제를 포함해 스트릭랜드 주교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이후 5개월 만에 그를 해임했다. 2012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주교로 임명된 스트릭랜드 주교는 올해 65세로, 일반적인 주교 은퇴 연령인 75세보다 10년가량 일찍 그만두게 됐다.
이번 해임 조치는 다양성과 변화를 추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추진에 대한 반발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동안 가톨릭교회를 더 진보적이고 포용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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