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세요” 반복하는 인요한···국민의힘은 변할 생각이 없다

문광호·조미덥 기자 2023. 11. 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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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3분의 1 보낸 국민의힘 혁신위
권한없는 ‘희생’ 요구, ‘권고’에 그쳐
지도부·윤핵관·중진, 모르쇠로 일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9일 여의도 당사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좀 더 기다려주세요.”

‘희생’ 요구에 호응이 없는 국민의힘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관계자)들에 대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되풀이하는 말이다. 그렇게 기다린 시간이 벌써 10일째다. 혁신위원회는 이미 임기의 3분의 1을 채웠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불출마·험지출마가 논의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희생을 요구받은 윤핵관들은 오히려 지역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실질적인 변화는 없이 혁신 이미지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 위원장이 ‘윤핵관 험지 출마’를 꺼낸 지 12일로 10일째다.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의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출마’를 요구한 지 9일째로 현재까지 지목된 인사들의 호응은 전무한 상태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내일 최고위에도 (불출마·험지출마가 안건으로) 안 나올 것 같다”며 “당장 처리하거나 이럴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신안을 너무 일찍 꺼낸 것 같다”며 “이건 1월쯤은 가야 뭔가 효과가 나오는 아이템”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위에서 공식 의결된 안건에 대해서도 호응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 3일 ‘의원정수 감축, 세비 삭감’을 골자로 한 2호 혁신안, 지난 10일 ‘비례 당선권에 청년 50% 의무화’를 요구하는 3호 혁신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지난 2일 1호 혁신안인 대사면(징계 해제) 의결 이후 나온 혁신안들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결을 미뤘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 관계자는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서 혁신위가 노력하는 모습은 좋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한 번 시원하고 통쾌한 안건만 가지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혁신안의 취지는 좋지만 당의 총선 경쟁력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봐야 한다는 취지다.

출범 당시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인 위원장에게는 혁신을 강제할 권한이 없는 상황이다. 여당 지도부에게 인 위원장의 혁신안은 그저 ‘권고’ 사항, ‘검토’ 대상일 뿐이다. 게다가 인 위원장으로부터 변화를 요구받은 여당 의원들의 혁신을 위한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 중진·윤핵관들은 지역 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며 혁신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불출마·험지출마를 요구받고 있는 대표적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을 다녀왔다”며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여원산악회는 장 의원의 지역 기반이 된 외곽조직으로 십여년간 명예회장직을 맡았다. 장 의원은 지난 6일에도 지역구에서 열린 부산시 제2청사 착수식 소식을 알렸다. 지역 활동을 강조함으로써 혁신위의 험지출마 요구에 우회적인 거절 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윤핵관 윤한홍 의원도 지난 11일 SNS에서 “민원의날을 진행했다”며 “지역주민분께서 주신 소중한 의견에 공감하고 의정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침묵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혁신 이미지만 챙기고 변화 없이 이대로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당내 우려도 서서히 분출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권고라는 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아닌가”라며 “인요한 본인은 원맨쇼를 하지만 결국 자기 다음 선거에 나갈 준비를 할 것이다. 본인만 이미지만 좋게 하고 실제 변화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권을 줬다고는 하지만 불출마·험지출마의 대가로 정치적 명분이나 실리를 제공할 수 없는 혁신위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혁신위의 뒤에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있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존 지도부가 권력을 쥐고 가기 위해 전략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안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런데도 모르는 체하는 것”이라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 시간만 끈 것이라고 본다. 저렇게 미봉책으로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결국 마지막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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