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가 앞장서야"…'험지출마' 요구에 이재명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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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10.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혁신위원회발(發) '험지출마 요구'가 정치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지도부를 향해 이 같은 요구가 잇따른다. 비명(비이재명)계는 공정한 공천을 통한 총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부터 험지 출마 등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의 결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당 내에서 논의되거나 검토한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당은) 이미 시스템 공천이 잘 돼있다"며 "시스템 공천의 기본 방향에서 총선에 필요한 콘셉트과 방향 등을 검토하겠지만 (이 대표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최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권고한 바 있다. 조 사무총장의 이날 답변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우리도 결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한 답변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영남에서 다선을 해도 수도권에 오는 것을 굉장히 주저하지 않는다"며 "지금 (민주당)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당 지도부부터 험지 출마를 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다선 의원 설득도 되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이 어려우면 지도부가 앞장서야지 사병보고 나가라고 하면 되겠나. 장수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8일 이 대표를 향해 "모든 권력을 다 거머쥐고 있어 사당화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 대표가 먼저 험지출마를 결정해야 하고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가 가장 좋은 곳에서 또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면 비명계 3선 의원들보고 어디 다른 데로 가라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정식 총선기획단장 및 참석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총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대표는 내년 총선 때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현재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재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대표도 최근 지역구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계양구 교육시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 교부금 24억4500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지난 8일에는 인천시와 민주당 인천시당의 당정협의회에 직접 참석해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친명계에서는 당 지도부와 이 대표의 험지 출마와 불출마에는 선을 긋는다. 한 친명계 의원은 "각 의원들 지역구 상황과 정치적 결단 등이 모두 다르므로 당이 일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 역시 "이 대표의 경우 지난해 보궐선거로 지역구 의원이 됐는데 2년 만에 다른 지역구로 가라고 하는 것은 계양을 주민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향후 공천 작업과 함께 비명계의 지도부를 향한 반대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앞서 이 의원은 당 내 비명계 의원들과의 공동 모임인 '원칙과 상식(가칭)'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칙과 상식'을 중심으로 비명계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KBS라디오에서 "이번 민주당 공천은 역대 당 공천 중에 가장 불공정한 공천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혁신 작업에 주목하면서도 실제 성과를 낼지 여부엔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도 국민의힘 당 중진의원들은 험지 출마, 불출마 요구를 안 받아들이려 하지 않나"라며 "여러 혁신안을 던지기만 하고 끝낼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