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증 진단에도 예비군 훈련받으라는 병무청 처분 위법”

광주지법 , 원고 승소 판결

광주지법 전경. / 연합뉴스

‘고도의 성별 불일치’로 성전환증 진단을 받아 신체 등급 5급에 해당하는데도 예비군 훈련을 면제하지 않은 병무청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 1부(재판장 부장판사 박상현)는 A씨가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병역 변경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병무청은 A씨와 같은 정신과 진단과 호르몬요법을 받은 성전환자 여성들에게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줬다”며 “A씨에 대한 병무청의 처분은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여성 정체성이 강하지만, 아직 성전환 수술은 받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해제가 된 다음 해인 2019년에 예비군 훈련을 받았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 확산으로 예비군 소집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A씨가 예비군 훈련 일부를 부당하게 면제받을 목적으로, 2년 이상 지속해서 여성 호르몬 요법을 받는 등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1월 육군에 입대했으나 2017년 6월 군 복무 적응 곤란자로 분류돼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됐다. A씨는 2018년 사회복무를 마쳤고, 2021년 병원에서 성전환증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지난해 12월 “더는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병무청에 요구했다. 이에 병무청은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적 상태’라며 A씨를 신체 등급 3급으로 판정한 뒤 A씨의 요구를 허락하지 않았다.

A씨는 “병역법 12조 4항의 위임을 받은 병역 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등을 보면, 고도의 성별 불일치로 신체 등급 5급에 해당한다. 예비군 편성 규정상 전시 근로역 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A씨는 2021년 성전환증 진단에 따라 6개월 이상 호르몬요법을 받은 뒤 지난해 다시 성전환증 판정을 받았다. A씨가 제출한 병무용 진단서에도 ‘치료가 1년 이상 계속해서 필요하나, 치료 후에도 성전환증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의견이 적혀 있다. A씨의 신체 등급은 ‘6개월 이상의 치료에도 군 복무에 지장이 초래돼’ 5급에 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