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택시, 정말 '약탈적 가격'으로 시장 장악했나

김성태 기자 2023. 11. 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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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 가맹택시 요금체계 바꾼적 없어
"택시 상황 열악해 과도하다고 체감"
수수료 낮추면 시장 지배력 강화 가능성도
현재 수수로 구조는 문제 소지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택시운전기사 김호덕씨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서울경제]

카카오(035720)모빌리티가 13일 택시단체들과 간담회를 연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자 긴급하게 마련된 자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간담회에 앞서 7일 대화에 임하는 원칙과 기준을 발표하고, 현행 20%인 수수료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한편 플랫폼 개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독과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수익성 약화를 감수하고 택시업계와 상생·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약탈적 가격’으로 시장을 평정했을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수수료 구조를 살펴본다.

2일 오전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서울 서부역 택시승강장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약탈적 가격으로 시장 제패했나

윤 대통령은 1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 버리고 또 계속 유입시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 배경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가맹 택시 ‘카카오 T 블루’를 선보인 후 3~5% 수준으로 추정되는 실질 수수료율을 4년여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가맹택시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우대 배차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지적은 받는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8월 법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우티·타다 등 경쟁사 가맹 택시에는 승객 콜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가맹 택시 시장의 독과점 구조는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서비스가 막혀 택시만 사업이 가능한 상황에서 면허를 확보할 자금 여력이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살아남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객자동차법상 타입2(가맹)와 타입3(중개)을 통합해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7년 무료인 중개 서비스를 내놓고 2019년 가맹 서비스를 선보인 것인 것을 횡포로 해석했다는 것 것이다. 다만 플랫폼 기업으로서 규모가 커지면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수익 모델을 내놓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사업 활동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모가 최대 30%에 달하는 앱 마켓 수수료를 걷는 구글·애플처럼 돈을 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 서부역 택시승강장에서 있는 카카오T 블루 택시. 연합뉴스
◇수수료율 높은가?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운행 매출의 3~5%를 수수료로 받는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매출액 중 중개수수료 비중은 ‘10~15% 미만’이 46.6%로 가장 높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율이 속하는 ‘5% 미만’은 6.4%로 가장 낮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율은 경쟁사인 우티(2.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우티는 후발주자로서 한동안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을 만큼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과 비교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율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우버의 올해 3분기 ‘차량 관련 매출 이익률’은 28.3%다. 그랩과 고젝의 수수료율은 12일 기준 각각 20.18%, 10%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구조로 이익을 많이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경기침체 장기화로 택시업계의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기사 입장에서)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수수료를 낮추면 카카오모빌리티로 택시 기사들이 몰려 시장 지배력과 독과점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오픈플랫폼으로 사업 구조를 변경하고 수수료를 내릴 경우 점유율이 오르고 독점적 지위가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길에서 손님 태워도 수수료

특히 카카오T 블루 기사가 배회 영업이나 타 플랫폼을 통해 승객을 태웠어도 수수료를 낸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에는 가맹 회원사들의 기사-차량-운행에 대한 모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 및 비용에 대한 재무 회계 시스템, 하드웨어 유지 보수 등 전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따른 사용 비용, 기사 교육 프로그램 구축 및 운영 비용 일체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선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쏟아부었다는 입장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부문 대표변호사는 “플랫폼 이용료의 원가 산정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수료를 전체적으로 받고 있다면, 개별 이용건별로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을 수 있다. 택시 기사를 위한 여러 가지 지원이 원가에 산정돼 있다면 이를 토대로 전체 이용료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몸값 높이려고 복잡한 구조 택했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재 수수료 구조를 택했다는 의혹은 벗어날 수 없다. 금융투자 업계에서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플랫폼 기업의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주가매출비율(PSR)' 방식을 이용한다. 매출액이 높아질수록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형태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카카오모빌리티로서 매출을 확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이 7일 카카오모빌리티의 가치평가 방식을 PSR에서 주가수익비율(PER)로 변경하자 기업가치는 1조 280억 원에서 6580억 원으로 하락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추가 투자 유치나 상장 시 카카오모빌리티의 이익이 더 커진다”며 “회계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기업가치 상승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을 부풀린다고 해도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나타내는 실제 현금 흐름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회사의 이익은 그대로인데 매출만 높아지는 경우, 영업이익률이 떨어짐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고 상장에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오전 서울 서부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카카오T 블루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택시 기사도 세금 더 내야 할 수도

현재 수수료 구조로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개인택시 기사들의 실제 매출보다 더욱 큰 액수가 매출로 잡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사업자의 직전 연도 부가세 포함 매출액이 8000만 원 이하면 '간이과세자'로 분류해 부가가치세 3%만 납부하면 되지만 8000만 원 이상이면 10%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택시 기사들은 원래 매출이 간이과세인데 매출액이 뻥튀기되면서 연간 8000만원이 넘는 경우가 생겨 쓸데없이 세금을 내거나 영업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계약 시 세금 관련 안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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