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린이안전 R&D예산 88% 깎더니, 대통령 보고대회 예산 대폭 늘렸다
정부가 내년도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예산을 올해의 2.7배 규모로 올려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증액분의 절반 가량은 내년에 개최하는 대규모 대통령 보고 대회에 투입될 계획이다. 이전 정부에서 중단됐던 대통령 보고 대회를 12년 만에 대대적으로 열겠다는 계획인데, 총선을 의식한 홍보성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의 운영 지원 예산은 올해 9억1500만원에서 24억6500만원으로 2.7배 늘었다. 늘어나는 금액만 15억5000만원으로 올해 국건위 전체 예산의 1.6배에 달한다. 국건위 예산은 2020년 15억5900만원에서 2021년 14억100만원, 지난해 13억300만원, 올해 9억1500만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예산, 올해 9억150만원에서 내년 24억6500만원으로 증액
국건위는 2008년 12월 건축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건축정책의 수립·조정·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09년 1기를 시작으로 올해 7기가 출범하는데, 위원장은 위촉 위원 중 대통령이 지명한다. 7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권영걸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이다.
내년 국건위 예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국민 보고대회(대통령비전 발표대회)와 정책 홍보에 쓸 운영비 6억5000만원이다. 올해는 없었던 행사 예산으로, 국토부는 행사 용역비와 정책 홍보비 명목으로 각각 4억5000만원, 2억원을 새로 편성해 요청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개최하는 대통령비전 발표 대회(가칭)는 2012년 4월 이후 12년만에 처음 열리는 대규모 대통령 보고대회다. 대통령 보고대회는 국건위 출범 이래 5차례만 열렸는데, 내년 대통령 비전 발표 대회는 규모와 시기 모두 이례적이다.
국건위 관계자는 “내년 행사는 대통령 보고 대회가 될 수 있고, 대국민 발표나 컨퍼런스로 진행할 수 있다”며 “단순히 대통령 행사만을 위한 예산은 아니고 위원회가 개최하는 심포지엄과 세미나에 필요한 예산을 감안해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사무실 이전 예산 대폭 늘려…“총선 앞둔 낭비성 예산”
사무실 이전에 따른 예산도 증액됐다. 현재 서울 광화문 소재 국건위 사무실 임차료는 한달 약 2000만원으로 관용차 임차료를 포함해 올해 2억5000만원 가량의 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내년 인근에 있는 새 사무실로 옮기면서 사무실 임차료는 한달에 약 4000만원으로 올해보다 두배 오르고, 관용차 임차료를 포함한 내년 임차료 예산은 총 4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새 집기류 구매에만 약 1억6000만원을 쓸 계획이다.
국건위 예산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반면 내년 국토부 소관 연구개발(R&D) 사업은 전체(82개) 중 절반이 넘는 49개가 감액됐다. 전체 감액 사업 중 예산이 50% 이상 삭감된 사업은 19개에 달한다.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성 향상 R&D 사업 예산은 올해 76억8300만원에서 8억6000만원으로 88%가 깎였다.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성 향상 R&D는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가 큰 어린이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해 어린이 성장발달 기반 안전장치와 한국형 친환경 어린이 통학버스 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 생활 소음·폐기물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국토교통 기술기반 주거생활 환경문제 해결 사업과 소규모 노후 건축물의 디지털 안전 관리체계를 만드는 노후건축물 디지털 안전 워치 기술개발 예산도 각각 83%, 68% 삭감되는 등 민생 R&D 예산은 대폭 줄었다.
김민철 의원은 “정부가 민생 R&D 예산은 자르고 선심성 예산은 큰 폭으로 늘렸다”며 “민생예산 회복을 위해 정부위원회의 낭비성 예산을 국회 예산 심의를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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