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와 왜 매트리스 파냐고요?…인생 3분의1 책임지려고요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11. 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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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년 만에 매출 100억…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성장 잠재력 인정받아 알토스벤처스 등 160억 투자
“수면 분야 최강자 되는 게 삼분의일 궁극적 지향점”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가 자사가 개발한 매트리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수현 기자]
매트리스에 장착된 수면 센서가 사용자가 몇 도의 온도에서 잠이 들고 깨는지 등 수면시간과 상태 등을 측정한다. 이 같은 수면데이터는 매트리스 사용자 휴대폰에 다운로드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저장된다.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수면상태를 14일 이상 학습한 후 사용자에게 최적의 수면 온도를 찾아내 매트리스 온도를 자동 조절한다. 매트리스 안에 관을 장착했는데, 이 관에 물을 넣어 물을 가열하거나 냉각하는 방식으로 매트리스 온도가 조절된다.

2명이 한 매트리스를 사용할 때 2명 온도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AI가 학습한 후 분석·제공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온도를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매트리스 개발 업체에서 수면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 ‘삼분의일’이 최근 출시한 똑똑한 매트리스 ‘슬립큐브’의 특징이다. 삼분의 일은 에이스침대, 시몬스침대가 장악한 우리나라 침대시장에 2017년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길이 1m 상자 택배로 받는 매트리스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는 모든 사람은 하루 삼분의 일, 일생 중 삼분의 일 동안 잠을 자는데, 이 시간을 완벽한 수면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기치를 걸고 2017년 2월 삼분의일을 설립했다. 삼분의일은 설립된 그해 7월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출시했으며, 출시 1년 만인 2018년 매트리스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설립 4년 만에 매트리스 누적 매출액 4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대표는 야심차게 매트리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매트리스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매트리스를 직접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주 생산 업체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다니면서 의뢰했지만 거절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한 매트리스 생산 업체 대표가 그의 열정과 진심을 알아주면서 매트리스를 생산을 맡아줬다. 삼분의일은 지금도 매트리스를 위탁 생산한다.

“가격은 합리적이면서 고품질의 매트리스를 세상에 내놓으려면 혁신적이어야 했어요.”

전 대표가 내놓은 첫 번째 혁신 전략은 우리나라 최초로 7톤(t) 무게로 누르는 특수 기계를 이용해 압축한 후 길이 1m 상자에 넣어 택배로 배달되는 시스템이었다. 배달 기사가 구매자 집 등에 직접 매트리스를 갖다 주고 설치해주는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물류비가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두 번째 혁신 전략은 무료 체험서비스였다.

“매트리스를 구입해 사용해본 후 맞지 않으면 100일 안에 교환·반품이 가능한 서비스를 2020년 침대 업계 최초로 선보였어요. 제품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게 된 것 같아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실제 반품율은 5% 미만입니다.”

전 대표는 매트리스 사업을 시작할 때 타깃 고객을 경기도 판교에서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30대 보조 개발자로 정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밤새도록 혹은 새벽에도 일할 때가 많기 때문에 수면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키보드, 의자 등을 구입할 때 값이 비싸더라도 고품질의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 대표의 전략은 성공했고, 개발자들 사이에 삼분의일 매트리스가 좋다고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다.

이후 전 대표는 고객 범위를 넓혔다. 매트리스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사용자들의 수면장애를 해결하고 수면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수면경험을 제공하는 ‘슬립테크(Sleep-tech·수면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으로 진화했다. 지난 6월말 출시한 ‘슬립큐브’가 그 첫 출발이다.

한때 수억원대의 빚더미에…창업만 세 번 ‘연쇄 창업가’
전 대표가 매트리스 개발에 뛰어들게 된 것은 극심한 불면증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특했고 공부를 잘했던 전 대표는 서울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다. 거창한 계획,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구열에 불타는 대학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운 좋게 종합상사 회사였던 대우인터내셔널(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에 2009년 입사했어요. 미생물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고기 수출입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고기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육류담보대출 업무를 했어요. 고기 수출입 사업을 하는 사장님들이 저한테 사업하라고 권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흘려들었는데 여러 번 듣다가 진지하게 창업을 생각하게 됐죠.”

전 대표는 2011년 멕시칸 음식점을 내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장사가 잘 되면서 자신감이 생기자 같은 해 인도 카레 음식점을 냈다. 인도인 요리사가 없어도 되는 인도 카레 음식점 콘셉트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인도 카레 음식점이 잘 안 되면서 외식 사업을 전부 정리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머리를 식히고 마음도 다잡을 겸 그는 무작정 해외로 나갔다.

“1년 동안 해외여행 다니면서 놀았어요. 해외여행에서 우연히 알게 된 분이 호텔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호텔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연습 삼아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분들에게 가사 도우미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을 했어요.”

사업은 잘 됐지만 또 난관에 부딪혔다. 이번에는 도우미 관리가 발목을 잡았다. 가사 도우미 연결 플랫폼 사업을 2년 정도 했지만 결국 정리했다. 남은 것은 수억원대의 빚뿐이었다.

“사업에 실패한 후 기업 컨설팅 업무를 했는데, 프로젝트가 너무 많이 몰려서 6개월 동안 거의 잠을 못 자면서 일했어요. 그때 불면증이 생겨서 굉장히 고생했습니다. 사람이 장기간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숙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매트리스 연구개발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세 번째 창업이죠.”

삼분의일은 성장 잠재력을 높게 인정받아 벤처캐피털 DSC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약 160억원을 투자받았다. 주식시장에 상장할 목표도 세웠다. 삼분의일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도 있다. 수면을 측정하는 알고리즘 개발회사 ‘바이텔스’를 올해 초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수면은 곧 삼분의일’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삼분의일이 수면 분야에서 최강자가 되는 게 삼분의일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하루 24시간 중 삼분의 일을 수면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삼분의 일이 달라지면 나머지 삼분의 이가 변할 거예요. 즉 어떤 잠을 자느냐에 따라 일의 성과, 능률, 심지어 성격 등이 달라지고 이는 인생 전체를 바꿔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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