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의심 소견을 받은 뒤의 2시간···‘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배우 김주령[인터뷰]

최민지 기자 2023. 11. 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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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한미녀 역으로 이름 알려
“좋은 작업이라면 독립영화 마다할 이유 없어”
내년엔 꼭 할리우드에서 작품 할 것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로 돌아온 배우 김주령.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8일 개봉한 장건재 감독의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프랑스 거장 아녜스 바르다의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1960년대 파리의 20대 가수 ‘클레오’가 암 의심 소견을 받은 직후 보내는 2시간을 2020년대 서울의 40대 연극과 교수 ‘주희’의 2시간으로 바꿨다. 죽음의 그림자가 맴도는 가운데 두 사람의 시간은 60년이란 시차나 배경이 되는 도시만큼이나 다르게 흐른다.

병원을 나서 자신의 연구실로 향한 주희는 차분히 사학연금 일시불 수령을 알아본다. 고민이나 불만을 들고 자신을 찾아온 학생, 동료 교수를 살뜰히 챙긴다. 눈물도 절규도 없다.

배우 김주령이 주희를 연기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미녀’,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의 ‘진영희’ 등 주로 강렬한 캐릭터로 잘 알려진 그다. 장건재 감독은 김주령에게 주희 역을 맡긴 이유로 그가 가진 ‘고요함’을 꼽았다. 김주령은 스스로가 “주희와 달리 징징대는 타입”이라고 했지만, 개봉일 직접 만난 김주령은 주희와 꽤 큰 교집합을 가진 듯 보였다.

“주희는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 마음의 방 하나를 남겨놓는 사람이에요. 사실 저는 그러지 못하거든요.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만약 저였다면 미친 여자처럼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울었을 거예요(웃음). 촬영하면서는 주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잘 만나고, 이야기도 들어보자 생각하며 찍었어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장건재와 김주령의 오랜 인연에서 시작됐다. “저희는 친구예요. 못하는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많은 대화를 나눠요. 그러다 어느 날 장 감독님이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를 40대 주희 이야기로 바꿔서 찍어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영화도 안 본 상태였지만 너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됐어요”

김주령은 장건재의 2010년작 <잠 못드는 밤>에서 현실에 고민하는 신혼의 아내 ‘주희’를 연기했다. 13년 전 20대였던 주희가 세월이 흘러 40대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김주령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김주령에 의한, 김주령을 위한, 김주령의 영화’라는 장건재의 말처럼 김주령은 대부분 장면에 등장해 극을 이끈다. 영화가 지닌 오묘한 고요함의 출처도 김주령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배우가 작은 독립영화를 택한 것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김주령에게 영화의 ‘크고 작음’은 없다. “배우라면 이렇게 좋은 작업을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 상업영화, 대중적인 작품은 당연히 계속하겠지만 관객 분들과 이런 작품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너무 좋죠.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면서 영화 만드는 과정도 너무 즐겁고요. 이런 작업 환경은 드물거든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대학 연극과 교수 ‘주희’(김주령)가 병원에서 유방암 의심 소견을 받은 뒤 보내는 2시간을 그린다. 필앤플랜 제공

영화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베일을 벗었을 때 김주령은 펑펑 눈물을 쏟았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고 그렇게 울컥한 것은 처음이었다. “극중 찾아오는 학생들이 실제 영화과 학생들이에요. 촬영장에서 그 친구들의 고민이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실제 위로를 받았거든요. 그러다 영화를 보는데 …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뭉클함이 있었어요. ‘인생이란 이런 거지’ 하면서요.”

김주령은 자신이 받은 감동이 관객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자신이 믿어온 길을 열심히 가다 어떤 위기에 부딪힌 분들, 삶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어요. 주희가 학생들을 만나 고민을 듣고 조언도 해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거든요. 거꾸로 이제 막 인생의 무대에 나와 자기 걸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2000년 영화 <청춘>으로 데뷔한 김주령은 올해로 활동 24년차를 맞았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김주령은 전 세계에 얼굴 도장을 찍었다. 올해 초부터는 미국의 한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 진출도 노리고 있다.

“사실 올해 안에 할리우드 작품 하나를 하는 게 저만의 계획이었어요(웃음). 할리우드 작가·배우 파업이 길어지는 바람에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시도하고 문을 두드릴 거예요.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한 작품 할 거예요!”

암 의심 소견을 받은 주희는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간다. 그런 주희에게 학생, 동료, 딸과 엄마가 찾아온다. 필앤플랜 제공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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