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내놔" 26년 전 중개업자 협박 60대, 2심서 감형 이유는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떼였다는 이유로 26년 전 부동산 중개업자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6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 6-1부(부장판사 정재욱)는 공갈, 공갈미수, 상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A씨(60대)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2월21일 오후 2시55분께 B씨가 운영하는 의왕의 부동산을 찾아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라면서 B씨의 정강이를 두 차례 걷어차고 가슴을 밀며 겁을 줘 3천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다.

또 이튿날 B씨를 다시 찾아가 500만원을 더 내놓으라며 주먹을 휘두르며 협박했지만 B씨가 이를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A씨는 1995년 11월 의왕의 한 빌라를 보증금 3천500만원에 전세계약 했다. 이때 부동산 중개업자인 B씨가 이 계약을 중개했다. 이후 3년 뒤 A씨는 빌라 소유자로부터 전세금을 제대로 변제받지 못하고 쫓겨났으며 계약 후 26년이 지난 2021년 B씨를 찾아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음에도 일단 상황을 모면하고자 송금해 준 것으로 보인다”며 공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공갈미수 및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폭행 및 협박 등이 두려운 상태에서 돈을 이체한 것은 갈취당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공갈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원심에서 피해자를 위해 1천만원을 형사공탁했으며 항소심에서도 추가로 3천500만원을 변제공탁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