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트럼프 지지하고 백신 반대 주장한 美 극우파 교구장 해임

조셉 스트릭랜드 전 미국 텍사스주 타일러 교구장/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논란이 됐던 교구장을 공식 해임했다. 교황이 일개 교구장을 해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1일(현지 시각) AP·바티칸뉴스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텍사스주 타일러 교구의 교구장인 조지프 스트주교를 해임하고, 임시 관리자로 조 바스케스 주교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스트릭랜드 전 교구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등지에서 극단적인 발언을 일삼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음모론을 주장하며 백신 접종 거부 메시지를 냈었다. 특히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직전 지지자들이 모인 ‘제리코 행진’ 기도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스트릭랜드는 미국 가톨릭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극단적인 보수파의 상징으로, 텍사스 동부의 작은 교구를 넘어 전국적인 추종자를 갖게 됐다”고 했다.

바티칸 정부는 올해 초 타일러 교구에 조사단을 파견, 감사를 벌인 끝에 스트릭랜드의 해임을 결정했다. AP는 “당초 교황청은 스트릭랜드에 사임을 요청했지만, 그가 거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틀 만에 해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황이 교구장을 해임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교구장을 맡고 있는 주교들은 통상 75세가 되면 스스로 사임한다. 그 전에 직무 수행에 부적합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교황청이 압박을 넣어 사임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다. ·

일각에서는 스트릭랜드가 개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반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왔기 때문에 해임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는 올해 초부터 교황이 가톨릭 내 성소수자 포용 의지를 드러낸 것을 두고 “신앙의 기탁을 훼손한다”며 비난했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가톨릭 보수주의 신도들 사이에서는 스트릭랜드의 해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톨릭 보수 매체 ‘렘난트’의 마이클 매트 편집국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에 대한 (스트릭랜드의) 충성심을 매장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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