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흡혈 빈대`의 번식력…과학자들 충격
1억년 전 부터 서식...공룡멸종 견뎌, 근교배로 개체수 늘려
빈대의 귀환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대구의 한 기숙사에 이어 지난달 인천 사우나에서 발견된 이후 전국적으로 빈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전국에 접수된 빈대 신고는 32건에 13건이 실제 빈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KTX와 지하철 등에서 빈대를 봤다는 목격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등 빈대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40년 전 우리 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던 빈대의 귀환에 '빈대 포피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빈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빈대에 대한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하나 둘씩 회자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빈대가 1억년 전에도 존재했다는 연구결과다. 지금으로부터 6600만년 전 공룡과 지구 육상생물종의 75%가 멸종됐던 시기에도 빈대는 특유의 생존력을 이어가며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스테펜 로스 노르웨이 베르겐대학 박사 연구팀이 34종의 빈대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빈대가 적어도 1억년 전에 출현해 공룡과 함께 살았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019년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었다. 연구팀은 빈대의 진화 계통수가 백악기 시대까지 이어졌고, 약 1억년 전 호박에서 발견된 '쿼시시멕스 에일라피나스테스' 화석을 통해 확인했다.
그렇다면 빈대는 어떻게 그 오래 전 지구상에 출현했고, 지금까지 생존해 왔을까. 빈대는 5000∼6000만년 전 박쥐를 첫 숙주로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공룡이 서식하던 시절 빈대가 숙주로 삼은 동물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이 때부터 집을 가진 동물을 숙주로 살아온 점을 감안할 때 단일 숙주 전문화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흡혈 빈대종은 숙주를 오가는 특성을 가졌고, 인간을 숙주로 삼는 빈대종이 약 50만년 마다 새로 출현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숙주를 바꿀 때는 새로운 숙주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래 숙주로 되돌아 갈수 있는 능력도 함께 갖췄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인간이나 가축, 반려동물 등을 숙주로 삼아 빈대가 오래 기간 동안 생존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빈대는 색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하다는 이색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2016년 코레인 맥닐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빈대의 색 선호도를 실험한 결과, 빈대는 검정과 빨간색을 선호하고, 노랑과 녹색은 기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빈대는 노린재에 속하는 곤충으로 크기가 4∼5㎜에 달한다. 날개가 없고, 갈색의 납작한 타원형이다. 인가에 서식하며 사람을 흡혈하는 종은 빈대와 반날빈대 2종류로, 유라시아 대륙 온대지역에 분포하다가 사람이나 애완조류 이동에 의해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팀은 두꺼운 색종이로 아주 작은 텐드처럼 만든 은식처들을 곳곳에 놓고, 빈대를 풀어 이동하는 실험을 무수히 반복했다. 빈대는 가장 가까운 은신처에 숨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험 결과 검정과 빨간 은신처로 모여 들었고 노랑과 녹색 은신처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
연구팀은 빈대가 빨간색을 선호하는 것은 빈대 자체의 색이 빨간색 내지 그와 비슷한이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미 알려진대로 단체 서식을 하는 곤충은 함께 모이고 싶은 특성상 빨간류의 색을 좋아한다.
검정을 좋아하는 이유는 빈대가 주로 서식하는 그늘이나 어두운 곳과 같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반해 노란과 녹색을 기피하는 것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밝은 빛이 있는 지역과 유사한 색이기 때문일 것으로 예측했다.
맥닐 교수는 "빈대의 수명과 성별,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 등 빈대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색이 조금씩 달라졌다"며 "빈대가 선호하고, 기피하는 색을 이용하면서 빈대가 좋아하는 페로몬(동종유인호르몬)이나 이산화탄소 방출 장치 등을 통해 빈대를 유인해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빈대의 끈질긴 번식은 다른 생물과 달리 근교배 때문이라는 과거의 연구결과도 있다. 코비 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는 미국 동부의 빈대 서식지 21곳을 조사한 결과, 한 아파트에 사는 빈대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 같은 개체에서 번식된 근교배로 보인다는 결과를 10년 전에 발표한 바 있다.
통상 유전적 결함을 초래해 근교배가 궁극적으로 생물의 종족 번식을 막는데, 빈대는 이와 달리 근교배를 통해 번식을 이어가는 것이다. 교배한 암컷 한 마리가 부화한 뒤 이들 다시 근교배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를 늘려 집단 서식할 수 있게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불청객 빈대' 확산을 막기 위해 집중 방제에 나서고, 숙박업소와 목욕업소, 사회복지시설, 학교 기숙사, 보육시설, 대중교통시설 등에 대한 관리 점검에 착수했다.
빈대 퇴치는 빈대의 내성 기전과 유전자 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될 때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가짜 퇴치법'을 해소시키면서, 보다 효과적인 방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빈대가 출현한 지점과 서식 흔적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고열이나 건조기의 열기를 이용하는 열처리가 가장 일반적 빈대 퇴치법"이라며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내성을 가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을 정부가 긴급 승인했는데. 이 계열의 살충제는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지 않아 전문방역업체를 통해 방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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