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분노한 이슬람 세계…이란 “팔레스타인 무장 지원해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이슬람권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국제사법재판소(ICC)에 제소하고 석유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부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무장을 돕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회의에 모인 57개국 지도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주최국인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가자에서의 전쟁을 반대한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포위를 끝내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저질러진 범죄의 책임은 점령 당국에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렸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참석자들 중 가장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현 상황의) 유일한 해법은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될 때까지 이스라엘의 폭압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전쟁범죄가 계속되고 미국이 불평등한 전쟁을 막지 않는다면, 이슬람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점령 세력과 싸울 수 있도록 무장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다른 회원국들을 향해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판매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또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군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가자지구 공격에 연루된 이스라엘인과 미국인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이날 OIC 정상회의가 지난 3월 국교 정상화 이후 정상들 간에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앞서 2016년 사우디가 이란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력 시아파 성직자를 사형에 처한 뒤 양국은 앙숙으로 지냈으나,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7년만에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바 있다.
이날 OIC 회의에서는 튀르키예도 이스라엘 성토에 목소리를 함께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조사하고, 가자지구의 회복을 위해 OIC에 기금을 설치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자는 이란의 주장에 동조하며 “서방의 버릇없는 아이처럼 행동하는 이스라엘은 자신이 초래한 피해를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도 “국제사회가 언제까지 이스라엘을 국제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두고 볼 것이냐”면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병원 폭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폈다. 또 그는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협상이 타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우리 국민이 집단학살의 전쟁에 직면해있다”며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도 매일 공격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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