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원짜리가 9만원 됐다"…콧대 높던 오마카세의 추락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한경제/한명현 2023. 11. 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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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식당 예약 플랫폼을 열었다가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유명 스시야에서 주말 디너 코스를 절반 가격에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래마을의 또다른 스시오마카세 전문점도 캐치테이블 앱을 통해 10~30% 상시 할인한 가격으로 코스를 운영중이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며 국내 소비가 폭발하던 시절, "파인다이닝이나 오마카세가 돈이 된다"는 소식에 셰프와 소믈리에들이 대거 식당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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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시장도 침체
참치 스시를 만들고 있는 한 셰프(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대 후반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식당 예약 플랫폼을 열었다가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유명 스시야에서 주말 디너 코스를 절반 가격에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씨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두 달 치 예약이 밀려있어 포기했는데 지금은 당장 다음주 식사도 예약할 수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직장인 오모씨는 상황이 달랐다. 가보고 싶었던 파인다이닝이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에 폐업 공지를 남긴 것. “크리스마스를 맞아 방문하려 했는데 폐업 소식을 접해 아쉬웠다”며 “나중에 가보려고 지도 어플에 저장해 둔 식당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식 시장이 소비 둔화의 직격탄를 맞았다. 팬데믹 기간동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시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등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며 외식업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콧대 높던 오마카세인데...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 소재 일반음식점 중 올해 1~10월중 577곳의 일식당이 폐업했다. 같은 기간 중식당(407곳), 카페(158곳)보다 더 많은 숫자다. 서울에서 스시야 10곳 이상을 운영하며 유명세를 탔던 ‘리윤’은 올들어 시라키, 스시이토, 스시료센 등의 문을 닫았다. 국내 스시 오마카세 원조격인 ‘스시효’는 이달 16일 잠원점, 12월 31일 무역센터점을 폐점한다.

스시효 잠원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한명현 기자)

한때 예약을 가려받을 정도로 콧대가 높았던 스시야였지만,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가격 인하에 나서는 곳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스시야는 하반기부터 디너 오마카세 가격을 18만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서래마을의 또다른 스시오마카세 전문점도 캐치테이블 앱을 통해 10~30% 상시 할인한 가격으로 코스를 운영중이다.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콜키지 프리’를 내건 스시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마진율이 높은 주류 판매를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까지 손님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비자는 지갑 닫아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등이 유행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가게들이 한차례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며 국내 소비가 폭발하던 시절, “파인다이닝이나 오마카세가 돈이 된다”는 소식에 셰프와 소믈리에들이 대거 식당을 차렸다. 당시 호텔업계에서는 “웬만한 소믈리에는 파인다이닝에서 모두 채용하는 바람에 소믈리에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비위축의 여파를 그대로 맞은 뒤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데다가 스시 오마카세는 ‘일본여행’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까지 생겼다.

통계청과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구주 연령별 월평균 식료품비 지출액에 따르면 지난 2분기 20대 이하의 식료품비(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외식) 지출액은 50만24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다. 30대 또한 같은 기간 지출액이 1.0% 감소했다. 물가 상승 속 식료품비 지출액이 줄었다는 것은 소비 자체를 줄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논현동에서 10년 이상 파인다이닝을 운영해온 한 오너셰프는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려면 좋은 식재료를 공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식기류까지 최고급으로 세팅해야 한다”며 “원재료 가격마저 급등해 음식만 팔아서는 타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경제/한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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