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규모’ 친팔레스타인 집회…세계 곳곳서 번지는 시위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전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모인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린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극우단체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100명 넘게 체포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는 런던 중심부 거리를 따라 미국 대사관까지 약 4㎞를 행진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경찰 추산 약 30만명, 주최측 추산 80만명이다. 이는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영국에서 열린 관련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며,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 일어난 시위 중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이번 시위가 인도적 목적의 일시적 교전 중지는 지지하지만 전면적 휴전은 반대하는 리시 수낵 총리에게 휴전을 지지하라는 정치적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학살 중단”, “가자지구 폭격 중단”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은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멈추라”면서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유로울 것”이라고 외쳤다.
앞서 친팔레스타인 집회를 두고 “폭도들이 이끄는 증오 행진” “경찰은 극우단체나 훌리건보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들에게 더 관대하다”고 비난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불붙으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이에 반대하는 극우단체들이 모여들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 이들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경찰을 향해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극우 시위자 등 126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9명도 부상을 입었으며, 이들 중 2명은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맷 트위스트 경찰 국장은 “우익 시위대의 경찰에 대한 극단적인 폭력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흉기와 너클, 마약 등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훔자 유사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내무장관 때문에 극우파가 대담해졌다”면서 “그가 분열의 불길을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극우파는 이제 경찰을 공격하고 있다”며 “브레이버먼 장관의 입장은 옹호될 수 없다.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튀르키예, 호주 등 세계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및 휴전 촉구 집회가 열렸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는 약 2만명이 모여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대량학살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EU가 팔레스타인의 생명과 권리를 희생시키면서 이스라엘을 편을 들고 있다면서 “EU,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약 1만6000명이 모여 휴전을 촉구하며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행진했고, 진보 성향 의원들도 일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주 자택 인근에서 수백명이 모여 휴전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도 인질 구출을 강조하며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 높아지고 있다. 이날 텔아이브에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가자지구에 붙잡힌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휴전을 원한다”,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평화회담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79세 아버지가 하마스에 납치된 노암 페리는 이날 시위에서 “우리에게 가자지구 점령에 대해 말하지 말라. 아무 말도 하지 말라. 지금 당장 인질 구출 조치부터 취하라.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촉구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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