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나, 오지로 가나, 어딜 가…왕피천에 가봤나, 금강송숲길 아는가?”[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3. 11. 12. 14: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굴구지 마을 출발 왕피천길…용소 가는 지름길
울진 금강송숲길에서 만난 500년 송의 정체는?
왕피천 용소. 사진제공|트래블팀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정처는 없을지라도 가고 싶은 길, 얻고 싶은 감명마저 팽개친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한반도 곳곳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트레킹을 이어가고 있다.

용소 전망대. 사진제공|트레블팀


트레킹 인기 코스 중 하나는 경상북도 북동단에 자리한 울진을 관통하는 왕피천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길이다. 산세 역시 험악하다. 산악 지형이 동해를 향하면서 급경사를 이루어 평야가 좁은 탓이다.

금강송숲길 탐방로 입구의 500년송. 사진제공|트래블팀


사람 손을 덜 탄 대신, 숨겨진 명소도 적지 않다. 그중 100만 그루 금강소나무(금강송)이 있다는 금강소나무숲(금강송숲길)은 왕피천과 더불어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여행자에게 마약과 같은 존재다. 혹자에게는 낙원이요, 또 다른 이에게는 지옥과 같은 존재다. 그 평가의 기준은 스스로의 체력에 기반한다.

꿈의 계곡 왕피천…환상특급일까, 대환장쇼일까


용소 가는 길. 사진제공|트래블팀


왕피천은 골이 깊어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왕피천은 ‘왕이 피신해온 곳’이다.

국가의 기반이 약했던 그 옛날, 강원도 삼척 일대는 삼척 김씨가 다스렸단다. 이 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안일왕은 강릉 김씨가 지배하던 예국의 침공을 받아 피난길에 나섰고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가 숨어든 곳이 바로 왕피리로 그 앞을 흐르던 계곡이 왕피천이다. 그가 통곡하며 넘은 산에는 통고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기슭이 동해로 급하게 흘러내리다 보니 왕피천은 유속이 빨라 하천 골짜기가 좁고 가파르다. 일부 구간은 차량은 물론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오롯이 자연이 만들고 자연이 이어온 계곡이다.

왕피천 상류에서는 매년 2월이면 연어 치어 방류행사가 벌어진다. 90만 마리에 육박하는 치어들은 북태평양을 거쳐 베링해까지 2만㎞의 긴 여정을 마친 후 3~4년 후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용소전망대서 바라본 왕피천. 사진|강석봉 기자


왕피천을 탐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왕피천 유역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총연장 51.7㎞에 달하는 둘레길은 모두 7개 노선으로 나뉜다.

1구간(10.5)은 탐방안내소에서 박달재-골안교-한천마을-거리고마을로 이어지며 1-1구간(13.4)은 박달재-거북바위-불영사로 향하여 탐방안내소로 오게 된다. 어느 길을 택하든 하루를 꽉 채워야 한다.

2구간 왕피천 마을 길(12.4㎞)은 그나마 만만히 볼 수 있지만, 그 역시 상대적 평가다. 2구간 출발점인 굴구지 마을에 차를 세운 후 속사 마을 방향으로 걷다가 용소에서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하면 편도 2.5㎞, 왕복 5㎞를 걷게 된다.

출발은 굴구지 마을에서 시작해 왕피천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고갯길을 넘으면 용소 전망대가 나온다. 도중에 천변 모래사장도 만나고, 단풍 구경도 하고, 지질 탐사까지 할 수 있다.

왕피천은 102.84㎢라는 환경부 지정 국내 최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왕피천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지질구조를 품었다. 이곳에서는 돌개구멍·절리·토르가 관찰된다. 그중 돌개구멍은 물에 떠밀려 빙글빙글 돌던 자갈이 오랜 시간 동안 암석을 깎아 만든 그릇 모양의 침식 지형을 말한다. 약식 트레킹 반환점에 해당하는 용소와 용머리바위가 바로 돌개구멍이다.

단열이라고도 하는 절리는 암석의 갈라진 틈을 일컫는다. 학소대와 거북바위가 바로 단열이다. 토르는 수직으로 발달한 절리가 오랜 시간 풍화되어 탑이나 벽돌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변한 바위 지형으로 송이바위가 이에 해당한다.

용소전망대. 사진제공|트래블팀


용소와 용머리바위는 65㎞에 달하는 왕피천에서 가장 폭이 좁고 깊은 곳으로 불영사 용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이곳을 따라 내려와 승천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사람들은 깊은 암벽 사이에 자리 잡은 이곳을 신성하게 여겨 절대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했다.

용소 입구에 자리한 용머리바위는 용이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으로 입속 물웅덩이는 어른 5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기가 넉넉하다. 이곳은 자주 찾는 이들은 ‘수세식 변기’란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단다.

금강송숲길…올곧은 자태, 꼬인 세상 나무라지요


금강송숲길의 아이콘 500년송. 사진|강석봉 기자


금강송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서면 소광리 일원에 ‘울진 금강송숲길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왕실의 전유물이던 최고급 토종 소나무가 100만여 그루 빽빽이 우거져 자란다. 조선 왕실은 120년 이상 된 소나무만 골라 나라님의 관으로 사용했다.

금강송은 금강산에서부터 강원도 강릉과 경북 영양에 걸쳐 자라는 소나무 품종을 말한다. 형태적으로 키가 크고 곁가지가 없다. 광복을 맞기 전까지 일제는 17년간 이 땅의 나무를 베어갔다. 울진은 산이 깊다. 일제는 여기까지 들어오지 못했다. 이로 인해 100만 그루 소나무를 지켜낼 수 있었다.

금강송은 성장하면서 스스로 곁가지를 떨구어낸다. 게다가 스스로 옹이 관리까지 하는 통에 매끈한 각선미를 자랑한다. 목재로 사용하기 좋게 스스로 몸을 만드는 기이한 나무다. 키가 큰 것은 35m에 이른다.

금강송숲길에서 만난 금강송 분지목. 사진|강석봉 기자


쭉 뻗은 그들 중 여인목이라 칭할 정도의 분지목도 일부 발견된다. 금강소나무숲에도 희귀한 분지목이 있어 주변을 정리해 탐방객이 관찰할 수 있게 했다.

금강송숲길 입구 금강소나무전시실에는 일반 소나무와 금강송을 비교할 수 있도록 원목을 전시해두고 있다. 금강송은 일반 소나무에 비해 나이테가 촘촘하다. 결이 곱고 단단하며 잘 썩지 않고 벌레도 안 먹는다. 속이 붉어 ‘황장목’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소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된 ‘500년 소나무’다. 까마득하게 큰 키로 세상을 굽어보는 모습이 경외감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나무는 가지를 정리하지 않았다. 고로 금강송은 아니란 설명이다. 이 나무의 살펴보면 나이 500살은 훌쩍 넘겼을 터이지만 나무의 수령은 100년 단위로 끊어서 부르기에정확한 것은 아니란다.

울진 금강송슾도 왕피천처럼 모두 7구간으로 나뉜다. 각각의 길이는 10~15㎞이다. 500년 소나무가 있는 길은 마지막 7구간인 ‘가족탐방길’로 총 길이는 5.3㎞다. 금강소나무생태관리센터에서 출발해 500년 소나무-못난이소나무-미인송-금강소나무군락지 전망대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늦가을 가족과 한나절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전인미답지가 여기 있다. 그곳을 밟아 당신 인생에 정답지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