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땐 ‘사회적 대화’ 문 완전히 닫힌다
‘노란봉투법 거부권’이 노·정관계 분수령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둔 11월이 노·정 관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달 말까지 정부 태도 변화가 없으면 사회적 대화 중단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여당 심판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지난 5월 건설노동자 양회동씨 분신사망 이후 ‘정권 퇴진’을 공식화한 민주노총도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가 노동계가 정부의 변화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올해 겨울 노·정 관계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노총은 전태일 열사 53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1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각각 열었다. 한국노총은 6만명, 민주노총은 5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노동자대회를 맞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마지막으로 요구한다”며 “지난 30년간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온 한국노총의 노동자 대표성을 인정하고, 노동정책의 주체로서 한국노총의 존재를 인정하라. 이것 말고는 아무런 전제조건도 없다. 이제 선택은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포스코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위해 고공 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정부의 노동계 때리기 등을 이유로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은 7년 5개월 만이었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재개 조건으로 ‘윤 대통령이 노동자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내걸었다.
김 위원장은 “11월 중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한국노총은 더욱 신발끈을 졸라매고 올 겨울을 항쟁의 거리에서 맞이할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다가오는 내년 봄 전면적 총선 심판투쟁으로 분노한 노동자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를 선언한 한국노총이 내년 4월 총선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 태도 변화를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중 하나를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미행사로 보고 있다.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내부에선 노란봉투법이 조금 일찍 국회 문턱을 넘었으면 김준영 처장이 철탑에 오르지 않을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김준영 처장을 감옥에 가두었던 근본적 문제인 노조법 2·3조 개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미적용도 그대로”라고 말했다.
1999년 경사노위 탈퇴 이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은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정권 퇴진” 목소리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향후 ‘노동개혁’ 세부안 발표 계획 역시 노·정 관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부는 13일 지난 3월 입법예고 뒤 ‘주 69시간’ 논란을 빚은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손질해 발표한다. 노동부 산하 상생임금위원회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편 방안 등에 대한 권고안을 이르면 이달 중 공개한다. 아직 구체적 내용이 나오진 않았지만 노동계는 줄곧 정부의 개편 방향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향후 노·정 관계가 회복될 만한 이슈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 한 사회적 대화 재개는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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