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 중환자도 사망…가자 병원, "아악!" 비명은 계속됐다
"미숙아·중환자 죽어간다"…의료진 "탈출하다 총 맞는 사람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 일대를 공격하면서 의료기기에 의지하는 환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주민들은 전날 밤부터 이날 종일 알시파 병원이 있는 가자시티 인근에서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전투를 벌였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병원 산부인과가 폭격받아 1명이 숨지고 여럿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 병원 의사 가산 아부 시타는 병원이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로 고립된 상태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성형외과장 아흐메드 엘 모크할라티도 "우리는 지금 전쟁 지역에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한 달 넘게 공습과 지상 공격을 이어가는 가자지구에서 알시파 병원은 아직 일부나마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병원 중 하나다. 병상 개수는 700개지만 한때 환자와 피란민 등 거의 6만명이 모여있었다.
이 병원은 전력과 인터넷, 식수, 의료용품 공급이 끊긴 상태다.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 병원장은 가디언과의 전화 통화에서 "오늘 정전이 되면서 의료기기 가동이 중단되면서 환자들, 특히 중환자실에 있는 이들이 죽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인큐베이터에 있던 아기 한명과 중환자실 청년 환자 한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민간 단체인 이스라엘인권의사회(PHRI)도 이날 오후 알시파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정전으로 신생아 중환자실(NICU) 운영이 중단되면서 미숙아 2명이 숨졌고, 다른 미숙아 37명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부터 알시파를 비롯한 가자지구 내 병원 4곳에 집중적으로 공습을 가하며 지상군을 투입 중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지하에 군사 시설을 은폐한 채 환자와 피란민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하마스 무장병력과 교전 중인 사실은 인정했으나 병원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모셰 테트로 이스라엘군 대령은 또한 군이 알시파 병원을 포위하고 있지 않으며 병원장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서,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병원 동쪽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의료진과 직원들이 전한 실상은 이와 다르다. 살미야 원장은 "이스라엘군이 병원 안팎의 모든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다"며 병원 구내 건물을 오가는 것도 안 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이스라엘군이 병원 시설을 폭격하고 도망치려는 사람들도 공격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들은 병원 마당에 누운 부상자들 사이에 시신이 흩어져 있고 의료진들은 총격 때문에 달려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병원 외과의 마르완 아부 사다도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의료지원'(MAP)에 보낸 음성 메모에서 "오늘 아침 병원에서 대피하려고 시도한 사람이 거리에서 총을 맞았다. 일부는 사망했고 일부는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주변에서 매초 총격과 폭격이 일어나고 있다. 아무도 병원을 오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도 알시파 병원에 파견한 의료진을 통해 병원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안전한 통행이 보장돼도 탈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병원 외과의 무함마드 오베이드는 "많은 환자가 최근에 수술받아 걸을 수도 없는 상태다. 이들을 옮기려면 구급차가 필요한데 이들을 모두 옮길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의료시설에서의 전쟁 행위로 사람들을 전기·물·음식도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탈출하려는 환자와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은 절대로 정당화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WSJ은 의료진들을 인용해 10일 환자 약 2500명이 병원에서 탈출했으며, 현재 알시파 병원에 남아있는 인원은 환자 700명과 피란민 2000명 등 3000명 미만이라고 전했다. 성형외과장 엘 모크할라티는 "직원 가운데 15∼20%만 남아 간신히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며 "병원에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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