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차단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동의의결 선수치기 수용될까?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10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쟁사 콜(승객 호출) 차단' 의혹을 받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전원회의 송부를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 법적 제재 절차를 앞두고 위법성 판단을 피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한 셈인데, 공정위가 이를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2일 "업계 1위 사업자로서 법적 판단을 다투기보다는 사건을 조기에 매듭짓고, 독과점 논란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지난 10월 중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동의의결 신청여부는 법적 판단과 무관하며, 법 위반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의 피해 구제나 원상회복 등의 시정방안을 제안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자진시정안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할 수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보고 조사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을 물리고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UT와 타다, 마카롱 등 다른 경쟁 택시플랫폼을 시장에서 내쫓기 위해 '카카오T블루' 기사들에게 '타 플랫폼 동시가입 택시'의 번호판을 찍어 단체 대화방에 신고하라고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렇게 찾아낸 기사들에게 콜이 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쟁사 탈락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서 지난 2월에도 '콜 몰아주기'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은 바 있다. 카카오T 앱의 중형택시 알고리즘을 은밀히 조작해, 자회사 등이 운영하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자행한 데 대한 제재였다. 공정위는 당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번에 다시 비슷한 종류의 위법 행위가 포착됨에 따라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됐다.

공정위가 본격 제재 절차에 착수하기 전에 선수를 친 셈인데, 이처럼 발빠른 대응에도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리스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고,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발언한 만큼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기각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로드컴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부품판매 강매 등 행위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지난 9월 공정위가 이를 기각했다. 브로드컴이 마련한 자구방안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같은 달 브로드컴은 공정위에 1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그동안 벌였던 위법 행위 내용도 세세하게 공개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동의의결이 받아들여질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이 끝날 수 있지만, 기각되면 검찰 고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출한 자진시정안의 타당성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는 단계"라며 "추후 전원회의를 통해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기각할 것인지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