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안정기 접어드나···시진핑, 6년 7개월 만에 방미

이종섭 기자 2023. 11. 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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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물리아호텔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미소를 보이며 악수하고 있다. 발리 |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확정되면서 양국 관계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의 기본적인 경쟁과 갈등 구도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에 하나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미국을 찾는 것은 6년여만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1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오는 14∼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양국 관계의 전략성·전면성·방향성 문제와 세계 평화·발전에 관련된 주요 문제에 대해 깊이있게 소통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도 양국 정상이 미·중 양자 관계, 개방적인 소통선 유지의 중요성, 다앙한 지역·국제 이슈, 국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도전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2017년 4월 이후 6년 7개월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발리 회담 이후 1년만에 대면하게 된다. 그 사이 미·중 관계는 많은 굴곡을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시작된 무역 갈등과 미국의 대중 제재가 지속되고,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동맹을 규합한 미국의 대중 포위망이 강화되면서 양국간 긴장도 더 커졌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갖고 긴장 완화를 모색했으나 올해 초 미국에서 이른바 ‘중국 정찰풍선’ 사건이 터지면서 양국 관계는 저점으로 치달았다.

1년만에 이뤄지는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간 긴장을 완화하고 양국 관계를 안정기에 올려놓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긴장 관계는 불가피하지만 양측 모두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우리의 목표는 미·중 관계를 안정화하고, 일부 오해를 제거하며 새로운 소통선을 여는 것”이라며 “일부 결과는 실질적이고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양국 정상이 1년만에 다시 대면 회동을 하는 것은 중·미 관계의 진정한 안정화와 호전, 글로벌 도전 공동 대응과 세계 평화·발전 추동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짚었다.

양국간 관계 안정화 징후는 앞서 이뤄진 고위급 상호 방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지난 9∼10일 이틀에 걸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고, 서로 이견을 통제하며 오해로 인한 마찰 확대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그러면서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통 인식을 실현하고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의 경제적 성과를 잘 준비해 양국 경제·무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려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와 관련해 “양국이 탄력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등 양국 경제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논의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산적 만남을 위한 추가적인 토대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후 단절된 군사 분야의 대화 재개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긴장 완화의 발판을 마련하더라도 전략적으로 경쟁하는 양국 관계의 기본 틀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우발적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냉탕과 온탕 사이를 오갈 가능성은 여전하다. 옐런 장관과 허 부총리의 이번 회담에서도 양측은 상대국의 수출 통제와 관세 부과 조치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사이에 잠재된 가장 큰 뇌관은 대만 문제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과 무기 판대 등이 확대되자 중국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맥스 보커스 전 주중 미국대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협상 불가’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 주석은 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매우 확고한 입장을 보일 것이며, 그에 대한 솔직한 교류가 오판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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