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엔 ‘암’이 보인다...병원엔 없고 들판엔 있는 그는 누구 [사이언스라운지]
빅터 그루에브 미국 어배너섐페인 일리노이대 전기및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쑤밍 니에 생명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했다.
나비는 한 쌍의 겹눈이라는 독특한 눈 구조를 갖고 있다. 겹눈은 육각형 모양을 가진 여러 개의 홑눈으로 이뤄져 있는 눈을 뜻한다.
나비의 홑눈은 1만 5000개 이상이 존재하며 반구형으로 되어 있어 다양한 방향을 볼 수 있다. 360도로 주변을 한 번에 살핀다. 또 각 홑눈은 망원경 같이 긴 구조를 가져 눈 바로 앞 1cm 가까이에 있는 사물은 물론, 200m가량 떨어진 사물도 볼 수 있다.
나비의 눈의 특장점은 자외선(UV)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망막은 빨강과 초록, 파랑 3개 색을 구분하는 광수용체를 갖고 있다. 반면 나비는 6개의 광수용체가 있어 자외선을 볼 수 있다. 이런 능력을 활용해 자외선 감지기능으로 꽃 속의 꿀을 찾아낸다. 나비의 몸에 햇빛이 닿으면 자외선이 반사되는데, 이런 현상은 나비 간 짝짓기를 하는 데도 활용된다.
연구팀은 이런 나비의 눈을 모사했다. 모사 재료는 ‘페로브스카이트나노결정(PNC)’다. PNC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에 쓰이는 양자점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반도체 나노결정의 한 종류다. 입자의 크기와 구성을 변경하면 재료의 흡수 빛 방출 특성이 변한다. PNC는 태양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 등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기존 실리콘 기반 물질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UV나 그보다 더 낮은 파장을 감지하는데 뛰어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비 눈 모사 카메라의 PNC 층은 UV 광자를 흡수하고 가시광 영역의 빛을 다시 방출할 수 있다. 나비의 눈 역시 UV를 흡수하고 이를 가시광선으로 변환시킨 후 감지한다. PNC 층이 UV에서 변환시킨 가시광선은 카메라 내 실리콘 광 다이오드가 감지한다. 다이오드는 트랜지스터나 직접 회로에서 신호 처리를 위해 전류를 한 쪽으로만 흐르게 하는 소자다.
이렇게 개발한, 나비의 눈을 모사한 카메라는 UV의 아주 작은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암세포는 건강한 세포와 비교해 서로 다른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또 카메라는 아미노산이나 단백질, 효소 등의 바이오마커를 판별할 수 있다.
바이오마커들에 UV 자극을 줬을 때 형광빛을 발하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는 서로 다른 농도의 마커를 가지기 때문에 UV를 통해 구분할 수 있다”며 “카메라의 암세포 식별 능력을 분석한 결과, 99%의 신뢰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UV는 본디 포착이 어렵다. 모든 물질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나비의 눈을 모사한 덕에 UV를 쉽게 포착하게 돼 암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루에브 교수는 “UV 영역을 촬영하는 것은 제한적이었고, 과학적 진보를 이루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며 “개발한 기술은 UV 광선을 고감도로 이미지화 할 수 있고 작은 파장 차이도 구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암 진단 외 수술 중에 이 카메라를 활용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암 세포 제거 수술 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암세포를 정확히 도려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직을 제거해야 하는지 여부다. 개발한 카메라는 외과 의사가 암세포 제거 수술 시의 의사결정 과정을 돕는 핵심도구가 될 것이란 기대다.
니에 교수는 “새로운 영상 기술을 통해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구별할 수 있게 됐다”며 “암 진단 외에도 새로운 흥미로운 분야 발굴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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