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오히려 중국을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 하는 이유

심영구 기자 2023. 11. 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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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약소국의 정의를 외면하는 강대국 미국의 대외정책 (글: 이종혁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대학원 교수)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이종혁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 지도자들에게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예방할 의무가 있습니다. 미국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힘이 센 강대국으로서 전 세계 곳곳에서 질서를 관리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예방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면서 미국의 역량에 의문 부호가 붙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 세계 어디서든 분쟁이 일어나면 우리는 모두 미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21세기 들어 미국의 대항마로 떠오른 중국과 미국은 다양한 사안에서 복잡한 이유로 경쟁하고 서로 견제하며, 때로는 부딪치기도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만약 군사적인 충돌로 이어진다면 그 전장이 될 가능성이 큰 곳 중 하나가 바로 대만입니다.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둔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러시아나 이스라엘에서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스탠퍼드대학교의 오리아나 스카일러 마스트로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썼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zB30l-eZ7gA ]
▶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미국이 중국-타이완 관계에 관해 착각하고 있는 것
[ https://premium.sbs.co.kr/article/wWXQi6yO5el ]
 

마스트로 교수의 분석과 의견 중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오늘은 마스트로 교수의 칼럼을 비판적으로 읽어보려 합니다. 먼저 이 세상의 갈등을 예방할 의무는 미국에만 있지 않습니다. 새롭게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도 당연히 주변 국가와 갈등을 일으키지 말아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마스트로 교수는 칼럼에 먼저 도발한 곳은 중국이라고 분명히 밝혀놓고도 동시에 미국이 상황에 개입해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중국을 향해 '선 넘는 도발'을 해선 안 된다고 썼습니다. 양안 관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역사를 소개하면서는 마치 과거 양안 관계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갈등을 봉합하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처럼 말합니다. 또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유지된 것이 마치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끼리 협력하고 서로 이해한 덕분인 것처럼 가정하고 있는데, 이는 나치 독일의 요구를 사실상 다 들어줬던 뮌헨협정이 떠오를 만큼 순진한 가정입니다.

이 칼럼의 가장 큰 전제는 국제사회의 안보 인식과 대만의 상황에 따라 중국의 대외 정책이 영향을 받고, 결국 양안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협력, 이해는 평화로운 양안 관계의 필요조건일 뿐 절대로 충분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중국과 같은 국가를 분석하려면 그보다도 지도자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내리는 결정들이 중국의 대외 정책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곤 하기 때문이죠.

마스트로 교수는 크게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 국내 정치 상황입니다. 시진핑은 지금까지 중국 지도자들과 정치적으로 엄연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과거 양안 관계를 이해하고 접근하던 공식을 현재 상황에 대입하면 엉뚱한 답이 나옵니다. 두 번째 요소는 미국과 중국이 생각하는 "평화 통일"이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말로는 미국도, 중국도 평화 통일을 원한다고 하지만, 두 나라의 "평화 통일"은 자세히 뜯어보면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특히 대만 사람들은 "중국식 평화 통일"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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