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요, 돌아와요"…車 쫓던 '푸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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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가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반대편 한적한 길에 검은 차 한 대가 멈춰섰다.
작은 다리로 거대한 차를, 가족이라 믿었던 이를, 아니 세상의 전부를 향해 미친듯이 달렸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버리면 안 된단 걸 알기에, 다시 차에 태우고 발뺌하는 걸 수 있다"며 "유기에 대한 범위를 넓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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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가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반대편 한적한 길에 검은 차 한 대가 멈춰섰다.
차 문이 잠시 열렸다. 그리고는 작은 무언가가 길에 툭 던져졌다.
"뭐지 싶어 쳐다 봤는데 강아지였어요."
ㄱ씨는 주인이 함께 내리겠거니 했다. 그런데 차 문이 굳게 닫혔다. 무정히 출발하더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던져진, 민트색 옷을 입은 갈색 푸들은 당황했다. 주인을 따라가겠다고 하염없이 차를 쫓아 뛰었다. 작은 다리로 거대한 차를, 가족이라 믿었던 이를, 아니 세상의 전부를 향해 미친듯이 달렸다.
ㄱ씨는 두 눈을 의심했다. 맘이 너무 아팠다. 푸들을 유기한 차를 쫓아갔다.
뒤따라오는 차를 의식했는지, 강아지 주인 차가 다시 멈춰섰다. 주인은 강아지를 차에 다시 태웠다.
차 문이 열리자, 강아지는 좋다고 꼬릴 흔들었다. 그조차 주인이라고.
그리고 방향을 틀더니 이번엔 하천가 길에 또 버렸다. 강아지는 이번에도 황망하게 차를 쫓아 달렸다.
신호에 걸려 따라가는 게 늦었던 ㄱ씨는, 주인 차에 따라 붙은 뒤 항의했다.
"아줌마,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강아지 유기하시는 거예요? 이러면 안 됩니다."
그랬더니 그는 ㄱ씨에게 "난 원래 이렇게 한다. 앞에 농장에도 아는 사람이 있어 그런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단다.
ㄱ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동영상도 찍고, 차 번호 등도 다 증거로 남겨뒀다. 하지만 경찰은 "유기 미수라 어떤 형벌도 줄 수 없다"고 했단다. ㄱ씨는 검단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렸다. 댓글엔 "강아지를 또 버릴 것 같다", "인간도 아니다"라며 공분이 일었다.
목격한 이가 사진을 찍어 알렸다. 공분이 일었다. 동물보호단체 유엄빠가 경찰에 고발했다.
남양주 남부경찰서가 인근 차량 CCTV를 뒤졌다. 통신 수사도 병행했다. 이틀만에 보호자를 찾았다. 보호자는 "강아지가 차를 안 타서 가는 시늉을 하며 장난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수사는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유기 시도'였단 걸 밝혀도 처벌할 관련법도 없기 때문.
동물보호법 제8조 제4항엔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유기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행위'에 대해선 관련 법조항이 전혀 없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버리면 안 된단 걸 알기에, 다시 차에 태우고 발뺌하는 걸 수 있다"며 "유기에 대한 범위를 넓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기하면 잡힌다는 게 강력해지면, 유기동물이 많이 줄어들 거다"라고 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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