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구한 슈퍼캐치는 역사로…'KIA→키움' 절박했던 생존 경험, 코치로 전한다 "마음 지치지 않게 도와주겠다"

이종서 2023. 11. 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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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박준태 코치. 고양=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키움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타격하고 있는 키움 박준태.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5.16/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1,2루 롯데 유강남의 타구를 키움 우익수 박준태가 잡아내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5.28/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모든 선수는 다 은퇴를 하잖아요."

박준태(32·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을 마치고 '방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61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뛰어난 출루 능력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던 그는 2020년 128경기에 나와 타율 2할4푼5리 5홈런을 기록했지만,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며 결국 올 시즌을 마치고 현역 생활 마침표를 찍게 됐다.

키움 구단은 박준태가 가지고 있는 성실성 등을 높게 사 코치직을 제안했고, 퓨처스팀 외야 및 주루 코치로 지도자 인생이 열렸다.

키움은 원주와 고양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홍원기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원주 마무리캠프는 유망주 선수로 구성됐고, 고양에서는 주축 선수 및 재활군 선수가 시즌 정리를 하고 있었다.

박준태 코치는 고양에서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남들보다 일찍 나오고 늦게 퇴근해야 하는 코치 생활. '초보 코치'로 그라운드에 선 박 코치는 "첫 날 훈련하기 전부터 고민도 많이 되고 걱정도 많이 됐다. 지금은 적응을 하고 있는 단계다. 지도자가 되니 선수 때보다 할 일이 많더라"라며 "선수 때는 경기를 위해 준비를 하면 됐는데, 지도자는 훈련을 어떻게 해야하고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야할 지 생각의 반경이 넓어졌다"고 했다.

아직 선수로 더 뛸 수 있는 나이. 그러나 박 코치는 남들보다 결정을 빠르게 했다. 그는 "어떻게든 1군에서 살아남으려고 목적 의식이 강한 상태로 프로 생활을 했다. 어느순간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 10년 동안 프로 생활을 했는데 이제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된 거 같다. 2군에 있으면서 올해 특히나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순간에 내린 결정은 아니고 오래 생각하면서 모든 선수는 다 유니폼을 벗는 순간이 오게 되니 스스로 결정하자고 생각했다"고 은퇴 배경을 말했다.

박 코치는 이어 "그래도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는 건 좋은 거 같다. 은퇴하고 유니폼을 입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지금의 위치는 달라졌지만, 야구장에서 같이 한다는 게 좋은 거 같다"고 했다.

코치로서 적응은 순조롭게 되고 있다. 박 코치는 "이제 며칠 안 됐지만, 선수 때 몰랐던 코치님들의 고충도 알게 됐다. 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용규 형이나 (이)형종이 형이 있지만, 배려도 잘해주고 존중도 해준다. 또 또래 선수들이나 어린 선수도 코치로 대해준다. 나 역시 조심스럽게 대하게 된다"고 했다.

2022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1루 키움 박준태가 1타점 역전 2루타를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8.05/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7회초 키움 박준태가 우월 솔로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0.13/

스스로 돌아본 '선수 박준태'는 어땠을까. 박 코치는 "야구장에서 나는 잘 웃지도 않는 선수였다. 그렇다고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최선을 다한 거 같지도 않다. 단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1군에서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해 바락했던 선수인 거 같다"고 했다.

누구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던 만큼, 후배들에게 박 코치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전망. 박 코치는 "선수들이 압박감을 받고 이겨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 기술적인 부분은 대화를 많이 하면서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공부를 해야할 거 같다. 또 다른 코치님들께도 조언을 많이 들어봐야할 거 같다. 시행착오를 겪어서 최대한 선수들이 필요할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박 코치는 이어 "나는 프로 생활을 하면서 1,2군을 정말 많이 오갔던 선수 중 한 명이다. 1,2군을 오가면 분명 지치는 순간이 온다. 처음에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나중에는 심적으로 지칠 수 있다. 그럴 때 '지치지 마라'라고 해도 놓는 순간은 올 수밖에 없다. 마음에 파동이 칠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작게 오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KIA와 삼성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가 2대0으로 승리하며 주말 3연전을 두경기 연속 완봉으로 가져가는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9회초 2사 1,2루 삼성 김상수의 타구를 멋지게 잡아낸 우익수 박준태가 윤석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24/
KIA와 삼성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가 2대0으로 승리하며 주말 3연전을 두경기 연속 완봉으로 가져가는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윤석민이 삼성 김상수의 외야플라이가 우익수 박준태의 호수비로 잡히자 기뻐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24/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KIA 소속이었던 2015년 5월24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을 꼽았다. KIA가 2-0 리드를 잡고 있던 9회초 2사 1,2루에서 김상수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면서 경기를 끝냈다. 당시 투수였던 윤석민은 두 팔을 번쩍 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박 코치는 "KIA 소속일 때 내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적이 있다. 주말 경기였고, 관중도 많았다. 내가 잡은 아웃카운트 였지만, 남이 잡은 것처럼 붕 떠있던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 코치는 이어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이미지에 대해 "'박준태'라는 선수가 KIA와 키움에서 뛰었다는 것만 기억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박 코치는 "사실 선수들이 은퇴를 하거나 그러면 SNS에 글을 남기거나 인사를 하곤 한다. 근데 KIA에 4년, 키움에 4년이 있었다. 내가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KIA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았고, 키움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응원을 받았다. 내가 표현을 잘 못하는데 팬들과 가족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이제 코치로서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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