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에 몸살 앓는 인도, “이번 주 최대 축제로 극심해질 것”

이정아 기자 2023. 11. 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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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3031> 디왈리 축제로 스모그 자욱해진 뉴델리 (뉴델리 AFP=연합뉴스) 인도 힌두교 축제 디왈리 때문에 25일(현지시간) 수도 뉴델리의 인디아 게이트 주위에 스모그가 자욱하게 내려앉아 있다. 디왈리에 참가한 일부 주민들은 폭죽 사용을 금지하는 당국 규정을 위반한 채 폭죽을 터트렸다. 디왈리는 힌두교에서 부와 풍요의 여신인 락슈미를 기려 매년 10~11월 닷새간 연다. 2022.10.25 alo95@yna.co.kr/2022-10-25 16:38:16/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달 초부터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앓고 있는 인도 뉴델리에서 이번 주말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가 시작되면서 더욱 악화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인도 전역에서는 10일부터 닷새 간 디왈리가 열리는데 대기 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불꽃놀이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몬순 직후인 이 시기가 자연적으로도 공기가 정체돼 있는 데다 디왈리 불꽃놀이와 자동차 배기가스, 쓰레기 소각, 가정용 난방 연료 사용 등으로 인해 대기 오염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 봤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일상적인 대기오염 발생원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 오염 정도는 미세먼지(PM10·지름 10㎛ 미만의 미세입자)와 초미세먼지(PM2.5·지름 2.5㎛ 미만의 미세입자),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오존 등 대기오염 물질 6종을 측정해 계산하는 대기질 지수(AQI)로 분석한다. 이 수치가 150을 넘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데 뉴델리에서는 이미 지난 3일부터 99를 넘어섰다. 6일에는 500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로 인해 병원 응급실마다 소아 환자가 가득 찼고, 학교는 강제 휴교 중이다.

특히 혈류로 타고 온몸을 돌면서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PM2.5의 일일 농도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입방미터당 200㎛이 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4시간 동안 PM2.5의 농도를 평균 입방미터당 15㎛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 뉴델리가 이렇게 극심한 대기오염을 겪는 이유로 ‘매년 찾아오는 기후적인 요소’와 ‘산업활동으로 인한 인위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인도에서는 10~12월 약 3개월간의 장마가 끝나면 공기가 급상승하면서 대기 오염이 심해진다. 뉴델리뿐 아니라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 시기에는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 인도 과학교육모할리연구소 대기화학자인 비나약 신하 교수는 “매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하 교수는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몬순 이후 대기 조건이 오염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장마 내내 공기 중 오염물질을 씻어내던 강우가 멈추고 기온이 떨어지면 대류권이 수축하면서 대기의 상부 경계 역시 고도가 낮아진다. 결국 대류권에서 오염물질이 더욱 농축되면서 상황이 악화한다.

또한 원래 이 시기에는 도시에서는 폐기물을, 농촌에서는 남은 농작물을 소각하는 바람에 대기오염 물질이 많이 나온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볼린기후연구센터와 인도열대기상연구소 연구진이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에 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을~겨울 뉴델리에서 생기는 스모그의 원인의 42%는 농작물 소각이다. 신하 교수팀과 인도열대기상연구소, 인도 국립대기연구센터 등 연구진이 2020년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및기술’에 낸 연구 결과에서도 몬순 이후 뉴델리의 PM2.5 발생 원인의 20%가 농작물 소각으로 나타난다. 심각한 날에는 발생 원인의 50~75%를 차지하기도 한다.

올해 뉴델리 인근 지역에서 농작물을 폐기하는 양이 예년보다 줄어들면서 대기 오염이 그다지 심하지 않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일일 풍속이 느려지는 등 기상 조건이 달라지면서 대기질이 예년보다 더욱 나빠졌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으면 공기가 정체돼 지역에서 배출되는 가스들이 갇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이번 주 디왈리 축제에서 진행하는 불꽃놀이가 대기 오염을 부추기는 또다른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칼틱 가네산 인도 뉴델리에너지환경및물위원회 정책연구원은 “특히 불꽃에 색을 내는 금속 이온이 대기 오염을 더욱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미 차량 배기가스나 가정용 연료 배출물 등 도시에서 나오는 일상적인 배출물만으로도 엄청 대기 오염 물질을 생성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대기과학자들은 인도에서 대기 오염 물질 발생이 일 년 내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델리는 13일부터 일주일간 차량 운행 규제를 할 예정이다. 오전 8시~오후8시까지 홀수 날짜에는 번호판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만, 짝수 날짜에는 짝수인 차량만 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하 교수는 “자동차보다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오토바이는 이 규제에서 빠져 있어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동차 운전자들이 오전 8시 이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 운행하면 홀짝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기온이 떨어지면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는 이 시간을 규제하지 않아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인도 정부는 2021년부터 뉴델리 주요 상업지역에 거대한 필터로 대기오염을 줄이는 ‘스모그 타워’를 설치했다. 하지만 인도 전문가들은 이 시설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신하 교수는 “공기 필터는 실내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개방된 곳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며 “실제로는 이 거대한 공기 필터를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가네산 정책연구원은 “다양한 대기오염 발생원을 줄여야 한다”며 “정부가 꺠끗한 공기를 모든 것 중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가령 대중교통과 쓰레기 수거 정책을 개선하고 사람들이 대기에 무해한 연료로 요리와 난방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참고 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3517-1

Nature Sustainability(2019) DOI: https://doi.org/10.1038/s41893-019-0219-0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2020) DOI: https://doi.org/10.1021/acs.est.0c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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