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역 노숙인 위협 막은 스파이더맨, 현실판 히어로?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역무원들을 위협하는 노숙인을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시민이 제지하고 있다. /@fairy_moon_glow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역무원에게 위협을 가하던 노숙인을 시민 ‘스파이더맨’이 제지했다.

11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잠실역에 스파이더맨이 나타났다’는 목격담이 다수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노숙인이 싸우는데 스파이더맨이 말리고 있다”며 “뭐야. 진짜 스파이더맨인 거야?”라며 놀라워했다. 그가 올린 사진에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시민이 노숙인 남성을 제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건은 11일 오후 9시 10분쯤 잠실역에서 일어났다. 잠실역을 순찰하던 역무원들이 역사 안에 누워 잠자던 노숙인을 밖으로 내보내려 하자 노숙인은 역무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위협했다고 한다. 그때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시민이 나타나 노숙인 손을 잡고 제지했다. 노숙인은 “이거 놓으라”고 소리치며 역무원들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스파이더맨은 “진정하시라”며 그를 말렸다.

스파이더맨이 노숙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그의 양손을 잡은 채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노숙인을 강제 퇴거시켰다. 이후 스파이더맨 복장의 시민은 말없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서울교통공사 측도 스파이더맨의 정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역무원들을 위협하는 노숙인을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시민이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티즌들은 “잠실역에서 스파이더맨을 만난 친구가 영어로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구수하게 ‘아유, 그럼요’라고 답했다더라” “아이들이 이분 보더니 스파이더맨 봤다고 좋아하더라” “잠실역에서 보고 놀이동산 가려고 코스프레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진짜 히어로였던 거냐” 등의 목격담을 올렸다.

그의 모습이 화제가 되자 자신이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시민이라고 밝힌 이가 직접 X(옛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자신을 ‘스파이더맨 슈트 제작 및 코스어’라고 소개한 계정 주인 A씨는 “할아버지(노숙인)께서 지하철 관계자분과 싸우다가 폭행하려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일단 옆에 다른 여성분께서 신고하셨고, 경찰이 오기까지 10여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말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주말에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아이들이 많이 오는 잠실에 자주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했다.

그의 소셜미디어에는 A씨가 이전에 방송에 출연했다는 댓글을 단 이들도 있었다. 2019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직접 만든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남성의 사연이 방송됐다. 그러나 해당 방송 출연자 B씨는 조선닷컴에 “잠실역 스파이더맨은 저와 동일 인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