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가자지구 통치 반대”…‘두 국가 해법’ 무력화하나
미 매체 “국제사회 요구 듣지 않겠다는 선언”
전후 이스라엘군 장기 주둔 의지도 재천명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부여하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해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에 장기 주둔시키겠다는 의지도 재천명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두 국가 해법’ 원칙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반기를 든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겨냥해 “자녀들에게 이스라엘을 미워하고, 이스라엘인을 죽이거나 제거하라고 교육하는 민간 당국은 그곳(가자지구)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치정부는 지금 살인자 가족에게 (이스라엘인) 몇 명을 죽였는지를 기준으로 돈을 주고 있다”며 “끔찍한 학살이 벌어진 지 30일이 지나도록 이를 비판하지 않는 지도자는 있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8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거버넌스(통치체제)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자치정부에 힘을 실었다.
아바스 수반 또한 지난 10일 야셰르 아라파트 전 자치정부 수반 19주기 기념 연설에서 “가자지구에서 다시 책임을 짊어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바스 수반은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의회 1당이 되자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치열한 내전 끝에 가자지구에서 축출됐다. 이후 자치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지금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은 자치정부가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대부분의 유럽 국가, 아랍 세계 요구를 듣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막을 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지역의 지도자들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을 도울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자지구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현실도 알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마무리된 뒤에도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을 남겨 놓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가자지구에서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며 “우리 땅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한 싸움은 그 어떤 전쟁보다도 도덕적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보 통제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진압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무기한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알자지라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안 된다는 견해를 강조해왔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은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이 제시한 전후 시나리오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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