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사후에 시진핑에 더 위협 될수도…中민심 불만 증폭"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달 68세로 급사한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최대 업적은 중국인들에게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안긴 것이며, 살아있을 때보다 죽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RFA는 여러 중국 전문가의 인터뷰와 기고문을 소개하며 "리커창의 죽음이 시진핑에 대한 불신과 반대에 기름을 끼얹었다"며 "그의 죽음은 중국 개혁·개방 시대에 종말을 알렸다"고 짚었다.
이어 "중국 특권 지배층이 대체로 80대, 90대까지 장수하는 상황에서 68세로 갑자기 사망한 리커창의 죽음에 여러 의혹과 확인되지 않는 루머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세르지파리대 장준 교수는 현대 중국 정치에 대한 리커창의 기여는 그보다 훨씬 강력한 보스였던 시 주석에 의해 무시됐지만 그의 죽음은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고 경제 성장이 이뤄졌던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커창의 죽음은 중국 개혁·개방 시대와의 완전한 이별이다"라고 밝혔다.
리커창은 재임시 개혁·개방의 추진을 강조했고 민생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 주석으로 권력이 집중되면서 역대 최약체 중국 총리로 전락해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미국 올드도미니언대 리샤오민 교수는 "리커창의 최대 기여는 그의 죽음이 사람들을 꿈에서 깨어나게 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여전히 '개혁'을 약속하지만 그 말은 더 이상 중국 정치에서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혁이라는 말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고 완전히 의미가 바뀌었다"며 "경제가 개선될 때 그들은 민간 기업을 탄압한다. 그러나 경제가 안 좋으면 미소를 지으며 개혁의 깃발을 들어 올리고 미국과 관계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고 짚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쑹융이 교수는 리커창의 사망은 그가 살아있을 때보다 사후에 시 주석의 통치에 더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진핑은 리커창이 자신의 통치에 숨은 위험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일 리커창이 살아있다면 그는 죽은 지금 보다 시진핑에 더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주역 중 한명으로 미국에 망명한 왕단은 리커창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띤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이 리커창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핵심은 시진핑이 점점 더 스탈린처럼 돼간다는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중의 불만은 억눌려지겠지만 그것은 사라지지 않으며 계속 발효되고 축적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거주 이코노미스트 허칭롄은 "'다음은 누구 차례?'라는 질문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자리할 것"이라며 "현재 중국 중산층 밀레니얼들이 지금 지도부에 가장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중국의 최근 역사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번성하던 때에 태어났지만 성인이 돼 경제적 병목 현상과 맞닥뜨렸다"며 "많은 젊은이는 리커창의 주요 정책이 뭐였는지도 모르지만, '인민의 총리' 같은 리커창에 대한 헌사를 퍼다 나르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헌화를 했다. 리커창에 대한 헌화는 한 시대가 스러져가는 것에 대한 한탄"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부는 좋았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다른 이들은 시진핑에 대해 극도로 불만을 갖는다"며 "우리는 리커창을 애도하는 만큼 개혁·개방 시대를 애도한다"고 덧붙였다.
정치 평론가 천포쿵은 리커창에 대한 추모 열기에 중국 지도부가 식은땀을 흘렸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의혹은 리커창이 살해됐거나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았으며 중대한 정치적 음모가 그 뒤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더 어두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고 미래는 위험할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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