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탄핵·국조·특검에 거부권까지 전운…예산 통과 차질 우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안 재추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여당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등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국정조사와 이른바 '쌍특검'(대장동·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도 뇌관으로 거론된다.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12월2일) 내 처리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오는 14일부터 소위원회를 통해 감액 심사를 실시한다. 감액 심사는 1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20~24일에는 증액 심사를 실시한다. 국회 예결위는 오는 30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은 다음달 2일이다.
문제는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자칫 여야 간 내년도 예산안 합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점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발의 문제다. 민주당은 지난 9일 본회의 통과가 불발된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하루 만에 철회하고 본회의가 이틀 연속 이어질 오는 30일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당에서는 어제 저희가 제출했던 탄핵안 철회서를 제출했다"며 "이번엔 철회했지만 이달 30일, 오는 12월1일 연이어 잡힌 본회의에서 탄핵 추진을 흔들림없이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 사무처와 짬짜미(담합)가 돼서 국회법을 부당하게 해석하고 국회법의 근간이 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법적 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일 브리핑을 열고 "국회의장은 저희 동의를 거치지 않고 민주당이 제출한 탄핵안 철회 건을 접수해 처리했다"며 "본회의에서 탄핵안에 동의할 수 있는 동의권이 침해됐기 때문에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가처분신청 시점에 대해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제출할 것"이라며 이르면 내주 초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이틀 앞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는 경우 여야간 갈등으로 국회가 파행되면서 예산안 처리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 9일 본회의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도 정국의 뇌관이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해당 법들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드려야 하는 무거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방송 3법과 노동조합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법안 수용과 즉각 공포를 촉구한다"며 "만약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노동권 무력화, 언론자유를 짓밟는 것이자 민생·민주주의에 대한 전면도전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등에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가운데 이른바 '쌍특검' 관련 법안 처리까지 시도할 경우 여야 관계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자체에 대해서도 이견이 큰 상황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감사원 등에서 증액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등 예산을 크게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 14개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사용 내역이 소명되지 않는 경우 삭감에 나설 계획이다. 또 민주당은 R&D(연구개발) 예산, 새만금 사업 예산은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감사원 등의 업무추진비를 지켜낸다는 방침이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야당의 삭감 주장에 대해 "손발을 묶어 기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R&D 예산과 관련해서도 인재양성 부문 등에서 일부 증액이 가능하나 '나눠먹기'와 비효율 문제 개선을 위한 예산 삭감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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