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분의 일초' 주종혁, 호면 뒤 새 얼굴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권모술수 권민우' 주종혁의 새 얼굴이다. 호면 뒤에 가려진 눈빛은 '만분의 일초'처럼 강렬하다.
'만분의 일초'(감독 김성환)는 0%의 확률을 깨트릴 0.0001% 그 찰나를 향해 검을 겨누는 치열한 기록을 담은 영화다.
주종혁은 극 중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 라인업에 오른 김재우 역을 맡았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황태수(문진승)를 만나 트라우마를 깨려는 내면적 성장을 열연했다.
영화는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에 이어 제47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섹션에 초대되는 등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주종혁은 "기대 이상으로 칭찬이 많아 신기하다. 이 정도까진 생각을 못 했다. 평이 좋으니까 잘했나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맡은 김재우는 친형을 사망하게 한 검도계 1인자 황태수를 만난 뒤 검도로써 상처를 극복하려는 인물이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묻자 주종혁은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더라. 태권도장을 하신다. 그래서 스포츠물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정적인 이유는 재우의 마음이었다. 또 감독님의 열정이다.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감독님은 정말 세세하셨다. 앞머리카락 하나까지도 신경 쓰셨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분의 일초'는 많은 대사보다 인물들의 호흡, 표정, 몸짓, 숨소리 등으로 채워진다. 주종혁은 "대사가 많이 없다. 재우는 많은 상처들과 트라우마들을 발산하지 못해 내면에 가둬둔다. 그 점이 호면이랑 접목된다. 호면 안에 재우의 마음을 가둬둔 것처럼 영화에 잘 표현됐다. 저 또한 눈동자의 떨림, 땀방울, 숨소리까지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얘기했다.
특히 재우의 마음에 끌렸다는 그는 "재우가 안쓰러웠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수를 만나면서 트라우마, 상처들을 계속해서 감춰야 하는 게 안쓰러웠다. 한편으로는 누구나 아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표출하는 사람이 있고, 이겨내려는 사람이 있는데 재우는 아픔을 담아내려고 하는 사람이구나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 자신의 성격과 달랐기에 더욱 재우 역할에 매료됐다고. 주종혁은 "저는 굉장히 빨리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즐겁게 살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표출하지 못하고 감정을 꾹 누르는 모습을 관객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많이 찾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처음 도전해 본다는 검도 역시 그에게 신선한 경험이 됐다. 주종혁은 "영화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광화문 검도관에 가서 기본적인 것을 배웠다. 실제 촬영할 때는 용인대 학생들과 합숙하면서 지냈다. 검도인의 자세, 앉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기본적인 애티튜드를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하면서 다치기도 했다. 발을 쿵 치고 스텝을 밟을 때가 있는데 발에 물집이 많이 생기기도 하더라. 실제로도 손에 물집이 있는데 초보자라 실제로 물집이 생기더라. 용인대 학생들 보면 발바닥이 굳은살로 빼곡하다. 이게 검도인의 자세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태수와의 첫 대련 장면도 회상했다. 꾹 눌러왔던 재우의 감정이 표출되는 장면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종혁은 "태수가 인사를 하면 전 그냥 쳐다본다. 그때부터 긴장이 올라오고, 드디어 마주한 재우의 긴장감이 극대화됐다"며 "결국엔 목표점이 하나였던 것 같다. 국가대표가 돼야겠단 마음보다는 원수 같은 태수와의 관계성, 악바리만 있었다. 그래서 손이 계속 떨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의 형을 죽게 한 원수 같은 태수, 그런 태수를 제자로 거둬들이고 가족을 떠난 아버지. 이렇듯 어두운 재우의 서사를 온전히 이해하려 노력한 주종혁이다. 그는 "답답한 마음들을 공감해 주셨을 때는 진짜 후련했던 것 같다. 재우를 잘 이해하면서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면서는 너무 답답했던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너무 답답하니 오히려 그런 대사들이 함축시켰던 것들이 많이 해소를 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주종혁은 전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권모술수 권민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어 '만분의 일초'는 그의 첫 장편 주연작으로, 다수 영화제서 호평받고 있다. 이에 부담감은 없을까. 주종혁은 "부담보다는 '우영우'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나를 알아봐 주시는 일들이 많이 생겼고, 그로 인해 '만분의 일초'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했다. '우영우'가 끝난 지 1년 정도가 흘렀는데, 오히려 지금 개봉되는 게 좋은 것 같다. 지금은 '우영우' 주종혁이 아닌, '만분의 일초' 주종혁으로 바라봐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본인의 강점도 자평했다. 주종혁은 "많이 열려있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수용하려 노력한다. 사실 재우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는 촬영 감독님이나 배우들과 회의를 많이 했다.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 같은 경우는 유학했던 경험에서 가져온 인물들을 모방하기도 했다. 고집보다는 수용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연기의 정답이 뭔지는 모르지만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다음 스탭도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라고. 주종혁은 "최근에 찍었던 작품이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 같다. '비밀은 없어'라는 작품이다. 트로트 가수를 맡았다. 의도치 않게 많은 분들이 어울린다고 하더라. 트로트 가수도 드라마에서 본 적이 없어 찾아볼만한 레퍼런스가 없는데 나오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고 수줍게 얘기했다.
이어 "영화 매력 있다. 역할 재밌겠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선택하는 것 같다. 반전있는 캐릭터도 좋아한다. 한 작품에서 다채롭게 보여질수 있는 역할에 욕심이 나는 것 같다"며 "피도 눈물도 없는 진짜 악역, 사이코패스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우영우' '만분의 일초', 공개를 앞두고 있는 '비밀은 없어'까지 겹치는 캐릭터 하나 없이 다양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주종혁. 칭찬을 원동력 삼고 있다며 "'만분의 일초'로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듣고 싶다. 보시는 분들에게서 칭찬으로 다가왔을 때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잘하고 있구나를 느낀다. 예전엔 칭찬을 안 믿었다. 계속해서 부족하다 스스로를 채찍질을 했는데 기쁠 때가 없더라. 피드백을 받는 걸 즐겼더니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주종혁이란 배우는 끊임없이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연기 잘하는 것에 욕심이 많이 나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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